2025년 12월 20일(토)

운행 중 숨진 버스기사 '산재 불인정'... 유족에 "재해자 왜 안 왔나" 질문

서울에서 12년간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해온 60대 남성이 운행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지만,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60대 중반의 버스기사는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5시 30분경 시내버스 운행 도중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습니다.


당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TV 영상에는 승객들과 구급대원들이 기사 보호용 안전문을 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기록돼 있습니다. 이 안전문은 안쪽 버튼을 눌러야 열리는 구조로, 버튼 위치는 버스기사만 알 수 있도록 돼 있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고인의 딸 A씨는 "당시 승객분들이 다 와서 안전문을 열려고 해도 안 열렸고, 나중에 구급대원분들이 오셔서도 못 열어서 계기판 쪽에 올라가서 막 아빠를 들어서 옮기려고 했는데도 못 들어서 시간이 좀 많이 지체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쓰러진 후 안전문 밖으로 구조되기까지 7분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1.jpgJTBC '사건반장'


고인은 해당 버스회사에서 12년간 근무했으며,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은 1년에 한두 번 정도만 마셨습니다.


매년 건강검진에서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고, 심장과 혈관 질환 가족력이나 기저질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아버지의 사망 원인이 과로와 스트레스라고 판단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습니다.


고인의 업무가 오전조·오후조 교대제로 이뤄졌고, 주말에도 불규칙한 추가 근무가 계속되면서 정신적·육체적 부담이 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산재 심사 과정에서 A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A씨는 "질병판정위원회 마지막 산재 승인 여부가 나기 전 제가 노무사와 함께 들어가서 얘기하는 게 있었다"며 "한 남자 위원이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재해자 본인이 안 오고 따님이 여길 왔냐'고 얘기하더라. 너무 화가 났다"고 털어놨습니다.


고인의 산업재해 여부를 판단해야 할 위원이 서류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왜 당사자가 안 왔냐'고 질문한 것입니다. 결국 산업재해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운행 중간중간에 있는 대기시간을 업무시간으로 보지 않아 "52시간 넘게 일한 적 한 번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12주간 급격한 근무시간, 업무 환경 변화가 없어 과중한 업무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벨' 안 눌러 정류장서 안 내려준 건데 버스기사 '감금죄'로 고소한 학생들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반면 유족 측은 "운행 사이 대기시간에도 주유, 요금함 배치 등 분명히 업무하는 만큼 제외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십수년간 시내버스를 몰며 불규칙한 근무시간대에 일해왔기 때문에 쌓여온 건강상 부담이 터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족은 현재 고용노동부에 재심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A씨는 "아버지가 십수년간 성실하게 일했는데, 운전석에 앉은 채 쓰러져 숨졌는데도 산재가 아니라니까 아버지의 삶 전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