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 속 침팬지 한 마리가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움츠린 자세, 멍하니 바깥을 보는 시선. 짧은 영상과 사진 몇 장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퍼지면서 대구 달성공원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우울증 걸린 것 같다" "너무 안쓰럽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이럴 바엔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논쟁이 커진 배경에는 '알렉스'로 알려진 침팬지의 사연이 있습니다. 함께 지내던 친구가 2023년 8월 탈출을 시도하다 숨진 뒤, 알렉스가 홀로 남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 특성상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댓글을 타고 번졌습니다. "독방 같다" "감옥이 따로 없다"는 표현이 나온 것도 이 지점입니다.
하지만 동물의 표정만으로 감정 상태를 단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령 개체의 경우 활동량이 줄고, 외부 자극이 없으면 가만히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관람객의 시선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현장을 다녀온 시민들 사이에서도 "사람이 다가가면 부담스러워 하는 듯했다"는 말과 "익숙한 사육사가 나타나자 반응이 달라졌다"는 말이 엇갈립니다
이번 이슈가 반복해서 소환한 것은 대구달성공원 '공간' 그 자체입니다.
달성공원은 오래된 도심 공원 안에 동물원이 얹혀 있는 구조로, 시설 노후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진 한 장이 확산하자 곧바로 "동물들이 지낼 환경이 너무 낡았다" "개선이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붙었습니다. "문을 들어서면 냄새가 먼저 난다" "사육장에 물이 고여 있다" 같은 목격담도 올라왔습니다.
대구시는 현재 달성공원 동물원 기능을 새로 조성되는 대구대공원으로 옮기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2027년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그때까지 버틸 수 있나" "계획이 미뤄지면 동물들은 어떻게 되나"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했습니다. 새 동물원이 완성되기 전이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느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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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구시는 쉽게 답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1987년생으로 침팬지 평균 수명 30세를 훌쩍 넘은 알렉스가 2027년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시민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