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입주민 단체 채팅방과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임대 세대 좌표 찍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2021년부터 분양·임대를 혼합 배치하는 소셜믹스 정책을 의무화했지만, 임대 세대를 향한 편견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지난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1년 이후 아파트 단지 내 임대주택을 동·층별로 골고루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임대동을 별도로 두거나 커뮤니티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이 차별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물리적 분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송파구의 한 신규 아파트 단지 동·호수 배치표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해당 자료에는 조합원, 임대, 분양, 보류지 등이 색상으로 구분돼 있어 사실상 임대 세대를 특정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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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표 공개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이를 근거로 '이 동은 임대 비중이 높다', '고층에 임대를 넣은 건 분양가 입주민을 우롱하는 것'과 같은 표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입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임대 세대를 향한 조롱과 낙인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내년 1월 입주 예정인 이 단지는 총 1865가구 가운데 198가구가 임대로 공급됩니다. 이 중 일부는 서울시 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인 '미리내집'으로 배정돼 이달 입주자 모집이 진행 중입니다. 전용 59㎡ 기준 전세금은 8억4240만원 수준으로, 시세 대비 약 30% 낮지만 부담이 없는 금액은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그럼에도 일부 단체 대화방에서는 "민도가 떨어진다", "프리미엄 단지의 품격이 훼손된다"는 혐오적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고가 단지일수록 생활 수준과 커뮤니티 정체성을 이유로 주거 구성의 균질성을 강조하며 임대 세대 유입을 불편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 같은 인식은 재건축 현장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잠실주공5단지에서는 '한강 조망 임대주택' 배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고,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는 '소셜믹스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업 심의를 보류했습니다. 조합이 저층이나 비선호 동에 임대를 집중 배치하려 하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이후 배치는 수정됐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을 이어갔습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역시 비슷한 갈등을 겪었습니다. 조합장이 '전 조합원 한강뷰'를 약속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서울시에 기부채납되는 전용 59㎡ 16가구가 한강변 라인에 배치되면서 조합원 간 배치가 조정됐고, 결국 조합장이 해임되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해당 기부채납 물량은 향후 공공임대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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