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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왔고, 타임라인은 온통 스키장과 리조트 사진으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설경 앞에서 찍은 인생샷, 친구들과 보드 타고 난 뒤 마시는 따뜻한 음료 한 잔, 곤돌라 안에서 내려다보는 하얀 슬로프. 겨울 여행의 낭만은 이런 순간들이 모여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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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완벽한 낭만을 방해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담배 냄새'입니다.
제대로 된 흡연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흡연자들이 길거리로 나오게 되고 간접 흡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흡연자들이 마냥 편한 것도 아닙니다. 특히 전자담배 이용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사진 = 무주 리조트
최근 몇 년 사이 전자담배 이용자가 빠르게 늘었지만, 여전히 많은 시설에서는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하나의 '흡연' 범주로 묶어 같은 공간을 사용하게 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흡연 구역을 쓰다 보니, 전자담배 사용자는 원치 않는 일반담배 연기에 노출되고, 비흡연자 역시 담배 냄새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가 계속되어 온 겁니다.
최근 이 문제에 대한 꽤 괜찮은 해결책이 등장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아예 공간을 나눠버린 겁니다.
사진 = 알펜시아 리조트
전자담배 전용 '베이핑라운지(Vaping Lounge)'와 일반담배 전용 '스모킹라운지(Smoking Lounge)'.
이름부터 직관적인 이 공간은 무주 리조트, 알펜시아, 엘리시안 같은 주요 스키 리조트에서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전자담배 이용자는 일반담배 연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일반담배 이용자도 눈치 볼 필요 없이 자기 공간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으니까요.
비흡연자 입장에서도 냄새가 확산되는 범위가 줄어드니 불쾌감이 확실히 덜합니다.
사진 = 엘리시안 리조트
여기에 안전 측면의 장점도 있습니다. 난방을 풀가동하는 겨울철, 건조한 실내에서의 화재 위험은 늘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공간을 분리해서 관리하면 화재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리조트 운영자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는 구조입니다.
사실 이런 변화는 스키장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공항 라운지, 호텔 리조트, 대형 쇼핑몰, 제조업 공장, 심지어 렌터카 업체까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흡연 공간을 세분화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진 = 알펜시아 리조트
한때는 '흡연실이 있다/없다'가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흡연 공간이 있느냐'가 그 시설의 세심함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변화의 핵심은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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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그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 흡연 방식을 구분해 공간을 나누는 작은 변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겁니다.
이번 겨울, 스키장에서의 추억이 냄새가 아닌 눈꽃과 웃음으로만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낭만을 지켜주는 건 어쩌면 이런 사소해 보이는 배려의 공간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