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음주운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임신부가 가해자 측의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발언에 분노를 표했습니다.
지난 10일 피해자 이종희(당시 36세) 씨의 아내 A씨는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해 남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현재 임신 16주 차로 내년 5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Youtube 'JTBC News'
A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그날 밤 남편이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는데 남편 휴대전화로 전화가 왔다"며 "집에 간다는 전화인 줄 알고 받았는데 119 구급대원이 '지금 남편이 심정지로 병원 이송 중'이라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친구들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며 당시 황망했던 심정을 전했습니다.
이 씨는 사고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쌍둥이니까 좀 더 큰 집으로 이사가야 하지 않을까?"라며 컴퓨터로 이사갈 집을 알아보는 등 들뜬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부부는 이전에 유산을 경험한 후 이번 쌍둥이를 건강하게 품자는 의미로 태명을 '강이' '단이'로 짓는 등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습니다.
지난 10월 7일 오후 9시경 경기도 양주 한 인도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가해자가 가족 모임 후 만취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면서 일어났습니다.
가해자는 식당에서 나와 인도로 올라가 700~800m를 질주하다 사고를 냈으며, 충격으로 차량 앞부분이 크게 찌그러졌고 이 씨는 많은 출혈을 보였습니다.
사고 직후 측정된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2%로 면허취소 기준(0.08%)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가해자는 경찰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유족이 사건 후 현장을 찾았을 때는 주차장에서 인도로 진입하는 것을 막는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사고 전에는 없던 이 구조물을 본 유족은 "진작에 설치되어 있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현재 가해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A씨는 "첫 재판에서 처음 가해자 얼굴을 봤는데 무표정이었고 '죄송하다'는 짧은 말뿐이었다"며 "가해자 측으로부터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예비 아빠의 목숨을 앗아가 놓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혔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한 "가해자 변호인이 법정에서 '피해자 측에 충분히 사과를 못 했으니 시간을 좀 달라'고 했는데, 이것도 다 감형을 노린 것으로 보여 괘씸하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가해자는 다친 곳이 한 군데도 없이 멀쩡하다. 더 화가 났다"며 "제 뱃속에 있는 아이들은 아예 아빠 얼굴도 못 보고 남편도 애들 얼굴도 못 보고 갔다"면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남편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런 고통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죽어도 최대 형량은 8년이고, 이마저도 '초범' '자진 신고' '반성문' 등을 이유로 감형을 받아 처벌이 너무 약하다"며 가해 운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