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 'K팝 저탄소 콘서트' 국회 첫 공식 논의

K-팝 공연의 친환경 전환을 위한 첫 번째 국회 차원의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죽은 지구에는 K-팝은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열린 이번 토론회는 K-팝의 글로벌 영향력에 걸맞은 환경 책임을 모색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인사이트지난달 9일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2025 인천공항 스카이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K-POP 콘서트를 즐기고 있는 모습 / 인천공항공사


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K-팝 저탄소 콘서트 표준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 방안 토론회'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K-팝 팬 주도 기후 캠페인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이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이 행사는 K-팝 공연의 탈탄소화를 국회에서 공식 다룬 첫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현재 해외 음악계에서는 콜드플레이, 빌리 아일리시 등 메이저 아티스트들과 글로벌 음악 축제들이 재생에너지 활용과 일회용품 사용 감축을 통한 저탄소 공연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K-팝 공연 분야에서는 이러한 친환경 트렌드가 아직 본격화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지속가능한 운영 기준에 대한 국제적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며 공연 제작부터 운영, 이동, 폐기물 관리까지 전 과정의 탄소중립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기후위기가 임계점에 근접한 현시점에서 대규모 콘서트와 축제의 환경오염을 줄이는 선도적 가이드라인을 구축한다면, K-컬처는 지속가능성과 독창성을 겸비한 모범 사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인사이트지난 5월 서울 잠수교 위에서 열린 데뷔 10주년 기념 무료 공연 ‘B-DAY PARTY’ 콘서트 / 사진 제공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케이팝포플래닛의 김나연 캠페이너는 라이브 공연이 음악산업 최대 탄소 배출원(2007년 영국 기준 73%)이라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콘서트 탈탄소화의 긴급성을 부각했습니다.


그는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ESG 보고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가능 공연에 대한 관심은 확인되지만, 현재는 일부 공연의 탄소 배출 측정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저탄소 전환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K-팝 팬들의 강력한 친환경 공연 수요입니다. 600여 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저탄소 콘서트를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K-팝 팬 10명 중 7명은 저탄소 콘서트 전환 시점을 현재(56.3%) 또는 내년 안(13.1%)으로 선택해 신속한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핵심 조건으로는 아티스트의 기후 메시지 전달,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 재생에너지 기반 운영,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등이 제시됐습니다.


음악지속가능성협회(MSA) 커트 랭어 이사는 빌리 아일리시 오버히티드 프로듀서 경험을 바탕으로 빌리 아일리시, 콜드플레이, 매시브 어택 등의 해외 성공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저탄소 공연이 기후 대응은 물론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효과적"이라며 "탈탄소 공연이 매년 200∼300% 증가하며 관련 비용도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저탄소 공연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김명신 팀장은 지난 4월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서 이전 대비 약 50% 탄소 배출 감축 성과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대중교통 인프라와 시민의식은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문 공연장 부족과 화석연료 발전기 의존 등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업계 자율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사이트뉴스1


기후사회연구소 한빛나라 소장은 "저탄소 콘서트는 정부 지원만으로는 실현이 어려우며 정부, 지자체, 민간의 긴밀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정부가 주최자에게 세금 혜택이나 보조금을 지원하면 업계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지자체는 공연 인프라 조성·운영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한 소장은 민간 부문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며 "소니, 유니버설, 워너뮤직 그룹 등 글로벌 주요 음반사들이 2021년 음악탄소협약에 서명하고 2030년까지 50%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선언했다"며 "저탄소 콘서트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밀어줘야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목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정부에서 그동안 많은 준비를 못했던 게 사실이다. 대부분 국내 공연장은 체육 시설이고 지자체 소유다. 일괄적으로 법 규제를 하는건 쉽지 않다"며 "방향성은 있지만 그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절차가 필요하다. 가이드라인 등 제도 마련을 위해 계속 참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어떻게 하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프레임부터 짜야할 필요가 있다. 논의가 파편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국제사회에 요청해서 공연 산업의 탄소중립 국제 표준 마련 등을 고민해야 오늘 논의가 구체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