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한국계 태권도 사범이 7세 제자와 그 부모를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렸습니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드니 검찰은 피고인 유광경(51)에 대해 뉴사우스웨일스주 최고형인 종신형을 구형했으며, 법원은 12월 16일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입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한국계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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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공개된 증거에 따르면, 유 씨는 평소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이며 호주에서 가장 부유한 것으로 알려진 억만장자 광산 거물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와 잘 아는 사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또한 시드니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고 고급 람보르기니를 소유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했습니다.
법의학 정신과 전문가는 법정에서 "이는 망상의 일종으로, 실제 자신과 전혀 다르게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으며 여러 방면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유씨는 아내에게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이메일 계정에 스스로 거짓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으며, 종종 자신을 대학 교수라고 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유씨는 심각한 빚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운영하던 태권도 학원의 월세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인물인 척했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것입니다.
검찰은 유씨가 7세 제자의 부친이 성공한 인물이며, 부자라는 것을 알고 금품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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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유씨는 태권도 학원에서 수업이 끝난 후 소년과 소녀의 모친을 목 졸라 살해했습니다. 이후 피해자 어머니의 고급 BMW 세단을 몰고 제자의 집으로 가서 부친까지 살해했습니다.
범행 과정에서 유씨는 피해자 아버지와의 몸싸움 도중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병원으로 향한 그는 의료진에게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습격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경찰은 다음날 병원에서 유씨를 체포했습니다.
체포된 유씨는 살해한 가족의 재산을 어떻게 차지할 계획이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얼마 후부터 "잘못했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해집니다.
교도소 관계자에게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착했는데 지금은 살인자가 됐다"며 "부끄러움과 죄책감, 슬픔을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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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의 변호인 리처드 윌슨(Richard Wilson)은 검찰의 주장에 반박했습니다.
그는 "피고인이 피해자 가족이 가진 것을 부러워했다는 증거는 있을 수 있지만, 시기와 증오심을 범행 동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유씨에게 가석방 불가능한 종신형 대신 가석방이 불가능한 최소 형량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형법에 따르면 살인죄의 최대 형량은 종신형이며, 성인 살해의 경우 표준 형량은 가석방 불가 20년, 아동 살해의 경우는 25년입니다.
한국계 가족 전체가 희생된 이 사건은 호주 한인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