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에서 아버지가 서로 다른 형식의 유언 두 개를 남기면서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자필 유언과 공증 유언 중 어느 것이 법적 효력을 갖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1남 1녀 중 막내딸 A씨는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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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1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본가 근처에 살면서 아버지를 돌봤다"고 말했습니다.
A씨의 오빠는 결혼 후 서울에 정착해 명절에만 집에 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오빠에게 유학 비용과 결혼 전세보증금을 지원했지만, A씨에게는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이런 상황을 의식했는지 어느 날 A씨에게 "내가 죽으면 이 상가는 네가 가져라. 집은 오빠랑 나눠 가지면 되고"라고 말하며 직접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해 주소가 적힌 봉투에 넣어 건넸습니다.
A씨는 "고마운 마음에 봉투째로 유언장을 잘 보관했다"고 했습니다. 몇 년 뒤 아버지는 치매 진단을 받았고, 상태가 악화되면서 요양원에 모셔졌으며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례를 마친 후 재산 정리 과정에서 A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버지가 주겠다고 했던 상가가 이미 오빠 이름으로 등기 이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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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이유를 묻자 오빠는 "아버지가 치매 진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가를 나에게 준다는 내용의 '공증 유언'을 작성했다"고 답했습니다.
A씨가 아버지의 자필 유언장을 보여주자 오빠는 "주소도 없고 도장도 없다"며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유언장 안에는 주소가 없지만 아버지가 직접 주소를 써주신 봉투에는 적혀 있었다"며 자신의 유언장이 무효인지, 어떤 유언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만약 자신의 유언장이 무효라면 상속 권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조윤용 변호사는 유언의 법적 요건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민법에서는 5가지 유언 방식만 인정한다. 자필, 공정증서, 녹음, 비밀, 구수증서다"라며 이 중 하나라도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효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자필 유언의 경우 주소는 봉투로 대신할 수 있지만 반드시 '날인' 즉 도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명만 있고 날인이 없는 유언장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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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증서 유언에 대해서는 "증인 2명과 공증인 앞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서명하면 되는데 이미 등기까지 완료된 것을 보면 오빠가 작성한 공정증서 유언은 법적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조 변호사는 치매 진단만으로는 유언이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었다면 법적으로 유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다만 상가를 오빠가 받더라도 A씨는 남은 주택을 상속받는 방향으로 협의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만약 주택 가치가 본인의 유류분에 미치지 못한다면 오빠에게 유류분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