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주삿바늘 28곳, 사라진 주사기... 30년 전 오늘(20일), 듀스 故 김성재 사망 미스터리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그리고 내 곁에는 네가 있어"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1995년 11월 20일, 2인조 인기 그룹 듀스의 멤버 고(故) 김성재(당시 23)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지금까지도 명확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대한민국 연예계의 대표적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유족과 팬들은 여전히 그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진상 규명을 기다리고 있다.


사건은 1995년 11월 20일 오전 6시 40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시작됐다. 듀스 해체 후 솔로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그룹 듀스 멤버 고(故) 김성재 / 온라인 커뮤니티 그룹 듀스 멤버 고(故) 김성재 / 온라인 커뮤니티 


전날 저녁, 김성재는 여자친구 A 씨와 매니저, 백댄서 등과 식사하고 당구장에 들른 뒤 숙소로 돌아왔다. 이들은 거실에서 데뷔 무대 영상을 함께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전 1시 무렵 일행이 모두 잠들고 난 뒤, 거실에는 김성재와 A 씨만 남았다. A 씨는 "소파에 누워 있는 김성재 팔을 주물러주며 대화를 나누다 오전 3시 40분 집으로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오전 6시, 매니저가 김성재를 깨우려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피곤한 줄 알고 잠시 더 두었고, 30분 뒤 다시 깨우자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고 한다. 입술은 파랗게 변했고 입 주위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119 신고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호흡은 멎은 상태였다.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김성재의 오른팔에서만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다. 대부분 같은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찍힌 흔적이었고, 주사 위치도 정맥을 따라 있었으나 제대로 찔리지 않아 출혈이 심했다.


국과수는 김성재의 혈액과 소변에서 동물 마취제 "졸레틸50"(틸레타민·졸라제팜)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부검의는 감정서에서 "오른팔에만 주사흔이 몰려 있는 점, 정맥을 따라 주사하려 한 소견, 오른손잡이였던 고인이 자기 팔에 28회 주사를 하기 어려운 점, 현장에서 주사기가 발견되지 않은 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 투여된 점 등을 고려하면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경찰은 돌연사로 보던 사건을 의문사로 전환했다.


사건 17일 후, 반포의 한 동물병원장이 경찰에 충격적인 제보를 했다. A 씨가 11월 초 "반려견을 안락사시키겠다"며 졸레틸50 한 세트와 황산마그네슘, 주사기 등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이후 A 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병원장에게 부탁하며, "부검하면 졸레틸 성분도 나오느냐"고 묻기까지 했다고 한다. 병원장은 김성재의 몸에서 졸레틸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보고 신고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제보 내용을 부인했지만, 대질 신문에서 4시간 만에 모두 인정했다. 경찰은 A 씨를 긴급 체포하고 "김성재가 피곤해하는 것을 틈타 피로회복제라고 속여 동물 마취제를 28회 주사해 사망하게 했다"고 밝혔다.


엠빅뉴스 갈무리YouTube '엠빅뉴스'


1996년 6월 5일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대부분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는 법정에서 "나는 성재를 죽이지 않았다"고 외쳤다.


그러나 항소심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몸에서 피고인이 산 약물이 나온 점은 사실이지만, 졸레틸50 한 병이 성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양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심증만으로 범인을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 무죄가 내려졌다.


1998년 2월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사건은 그대로 미제로 남았다.


2019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김성재 사망 사건을 다룬 방송을 예고했지만, A 씨가 "명예와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되면서 불발됐다.


A 씨의 어머니는 "무죄 판결을 받고도 24년간 편파보도로 고통을 받았다"며 악플 자제를 호소했다.


A 씨는 2019년 약물검사 전문가를 상대로 10억 원 손해배상 소송도 냈지만 패소했다. 이후 제보가 이어지자 제작진은 방송을 다시 시도했으나, 지난해에도 가처분이 신청돼 결국 또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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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방송의 배정훈 PD는 이후 인터뷰에서 "언젠가 OTT를 통해 미방송분을 공개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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