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정용진, '트럼프 주니어'와 은밀 회동... 바로 옆 '이 남자'도 거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스페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진영의 핵심 금융 네트워크로 꼽히는 벤처투자사 '1789 캐피탈'의 공동 창립자 오미드 말릭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 왔으며, 트럼프 주니어는 정 회장을 영어 이니셜을 따 'YJ'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습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의 주선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국내 인사 가운데 가장 먼저 면담했고, 올해 5월 중동 순방 중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도 초청받아 두 번째로 만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순방에서 사우디·카타르·UAE와 대규모 항공·에너지 투자 협정을 체결하며 '세일즈 외교'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오른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오미드 말릭 1789캐피털 공동 설립자, 트럼프 주니어. 뉴스1오른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오미드 말릭 1789캐피털 공동 설립자, 트럼프 주니어 / 뉴스1


이번 스페인 회동이 단순한 친분 교류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에는 정 회장이 미국 보수 진영의 핵심 후원 조직인 '록브리지 네트워크(Rockbridge Network)'의 아시아 총괄 회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록브리지는 2019년 JD 밴스 현 미국 부통령과 보수 논객 크리스 버스커크가 설립한 조직으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 2기 행정부의 핵심 후원 세력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올해 6월 록브리지는 아시아 거점으로 서울을 지목하면서 정 회장을 '록브리지 아시아' 회장으로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어 9월 서울 기반 싱크탱크 '록브리지 네트워크 코리아'가 출범했고, 초대 이사회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 김우승 전 한양대 총장, 김혜영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대만 푸방그룹 리처드 차이 회장 등 정치·재계 인사들이 합류했습니다. 정 회장은 이 조직에서 아시아 대표 기업인으로 자리합니다.


여기에 1789 캐피탈의 존재는 이번 회동의 무게감을 더욱 키웁니다. 1789 캐피탈은 2022년 오미드 말릭·레베카 머서·크리스 버스커크 등이 만든 벤처투자사로, 친보수·반ESG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이른바 '애국 자본(patriotic capitalism)'을 표방합니다. 현재 운용자산은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를 넘었고, 스페이스X·xAI·뉴럴링크, 국방·AI 칩 스타트업, 소비재 브랜드 등 보수 성향 고객층을 겨냥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주니어는 2024년 아버지의 재집권 이후 백악관이 아닌 1789 캐피탈을 자신의 활동 무대로 선택했습니다. 그는 투자 발굴과 자금 조달, 대외 전략을 총괄하는 파트너로서 정치적 영향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MAGA(트럼프 지지층) 평행 경제'를 키우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트럼프 주니어, 오미드 말릭 1789캐피털 공동 설립자. /뉴스1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트럼프 주니어, 오미드 말릭 1789캐피털 공동 설립자 / 뉴스1


이 같은 흐름을 놓고 보면, 스페인에서 성사된 세 사람의 만남은 하나의 구도로 연결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치·후원 네트워크 록브리지, 그 연장선에 있는 보수 벤처 캐피털 1789, 그리고 이들이 아시아로 확장하는 통로에 서 있는 정용진 회장입니다. 


미국 정치·금융권에서 이미 영향력을 확보한 이 체계가 앞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유통·엔터테인먼트·부동산·첨단 제조 분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록브리지와 1789의 자금 흐름이 본격화할 경우, 정 회장은 미국 보수 자본을 한국과 아시아 소비·레저 산업으로 끌어오는 중추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신세계와 알리바바와의 e커머스 합작법인(JV), 화성 국제테마파크, 글로벌 리테일·레저 개발 프로젝트 등에서 미국 자본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신세계그룹과 美 파라마운트가 협력해 조성되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예측은 보다 더 설득력을 얻습니다.


다만 국내 정치적 부담은 변수입니다. 록브리지는 미국에서도 비공개 네트워크와 영향력으로 '그림자 권력' 논란이 있고, 1789 캐피탈 역시 트럼프 행정부 정책과 얽힌 투자로 윤리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트럼프와의 밀착이 외교·통상 채널 확장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특정 진영 편향이라는 비판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은 지금 미국 보수 정치·재계와 한국 재계를 잇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도 있고, 동시에 정치 리스크를 떠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향후 록브리지 코리아의 활동, 1789 캐피탈의 투자 방향, 정 회장의 글로벌 행보에 따라 이 구도의 향방이 갈릴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