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이상의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하는 것이 노년층의 생물학적 노화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Trinity College Dublin)의 아구스틴 이바녜즈(Agustin Ibanez)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 노화에 다언어 사용자들이 단일 언어 사용자들에 비해 생물학적 노화가 일관되게 더 느리게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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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인구 차원에서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다언어 사용 장려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은 유럽 27개국의 8만 6,000여 명(평균 연령 66.5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단일 언어 사용자가 다언어 사용자보다 가속 노화를 경험할 확률이 약 2배 높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사용하는 언어의 수가 증가할수록 노화 지연 효과도 더욱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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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모국어와 제2 언어 간의 구조적 차이가 뇌 자극 강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재확인했습니다.
한국어 화자의 경우 영어처럼 어순이 다른 언어, 프랑스어나 스페인어처럼 문법 체계가 상이한 언어,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발음과 문자 체계가 완전히 다른 언어를 학습하면 뇌의 여러 회로가 동시에 활성화되어 전반적인 인지 기능이 강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실제 나이와 건강·생활 습관 등을 바탕으로 예측한 나이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생체행동적 연령 격차'를 측정했습니다.
예측 나이가 실제보다 높으면 '가속 노화', 낮으면 '지연 노화'로 분류했으며, 설문에는 기능적 능력, 교육, 인지 기능, 심혈관 질환, 감각 손상 등의 항목이 포함되었습니다.
분석 결과, 다언어 사용자에게 '가속 노화'가 발생할 위험은 단일 언어 사용자보다 54% 낮았습니다. 시간 경과에 따른 가속 노화 위험 역시 다언어 사용자가 30%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연령, 언어적·신체적·정치사회적 요인들을 모두 고려한 후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유지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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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대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측정 방식을 통해 다언어 사용과 노화 지연 간의 연관성을 보다 명확하게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다언어 사용이 고령층을 노화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전 세계적 보건 전략에도 활용 가능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구스틴 이바녜즈 교수는 "다국어 능력은 단순한 언어 기술이 아니라 뇌를 단련하는 일상적 훈련"이라며 "평생에 걸친 언어 학습은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는 공공정책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다언어 사용이 노화를 늦추는 직접적 원인인지, 아니면 다양한 사회적·인지적 자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편, 노화는 인지 기능 저하와 신체적 기능 손상과 관련된 전 세계적 주요 보건 문제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요인들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