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APEC 동원 경찰관들, 영화관 복도서 '박스' 덮고 쪽잠잤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지난 1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당시 경비 업무를 담당했던 경찰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APEC 정상회의에 동원된 경찰관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 환경을 담은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사진에는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이 대기 장소에서 박스를 이불 대신 사용하며 잠을 자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영화관 대형 스크린 앞에서 단체로 잠을 자거나 복도에 모포 한 장만 깔고 휴식을 취하는 장면들도 포함됐습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일부 경찰관들은 낡은 모텔이나 산속 여관에서 숙박해야 했다고 증언했는데요. 직협 관계자는 "모포가 지급된 곳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지급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며 "폐지를 줍는 분들에게 상자를 빌려온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도시락을 받지 못해 개인 비용으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추운 날씨에 차가운 밥을 먹어야 했다는 증언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경찰관은 "모텔 화장실이 문이 없고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며 "룸메이트에게 못 보여주겠다. 감방도 칸막이는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오늘(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을 개최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이어 12일과 14일에는 국회 앞에서도 사진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직협은 언론 공지를 통해 "경찰청, 경북경찰청, APEC 기획단이 1년간 준비한 세계적 행사에 동원된 경찰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복지를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경찰 지휘부를 대상으로 한 직무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