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개 지자체 중 7곳이 올해 소싸움 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하면서 '민속 문화 계승'과 '동물 학대 논란'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내세운 지자체들이 대회 개최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도 소싸움 / 뉴스1
지난 5일 개막한 청도군 소싸움 대회는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 경북 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는 '2025년 청도군 전국 민속 소싸움 대회' 예선 경기가 진행됐습니다. 전국 유일의 돔 형태 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는 751~800㎏ '대한강'급 유력 우승 후보인 풍산(의령)과 챔투(창원)가 토너먼트 예선 첫 경기에서 맞붙었습니다.
경기 초반 힘이 좋은 챔투가 뿔을 거세게 들이밀며 풍산을 밀어붙였고, 풍산은 자세를 낮추며 버티기에 돌입했습니다.
10분을 넘어가는 접전 끝에 힘이 빠진 챔투가 돌연 돌아서면서 풍산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관중석에서는 긴장감 넘치는 경기에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대구에서 온 60대 부부는 "1년 전 온천에 왔다가 소싸움 경기를 보게 된 이후로 매주 상설 경기를 보러 온다"며 "응원하는 소가 출전해 경기하는 모습을 보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청도 거주 노부부는 "소싸움 경기가 청도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관람객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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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까지 진행되는 청도군 소싸움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싸움소 196두가 출전해 치열한 승부를 펼칩니다. 총 상금 1억 1000만 원이 걸린 이번 대회를 위해 청도군은 당초 동물 학대 논란으로 예산 편성을 보류했다가 지난 6월 추경에서 2억 9000만원을 되살렸습니다.
청도군 관계자는 "전통 문화인 소싸움 대회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을 우선적으로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충북 보은군도 지난달 17일부터 닷새 동안 대추축제와 함께 소싸움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김은숙 보은군 축산과장은 "뿔로 들이받는 경우가 드물고, 한번 맞대보고 힘이 달리는 쪽에서 내빼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의외로 적다"며 안전성을 강조했습니다.
지자체들은 소싸움 대회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보은군 소싸움 대회에는 관람객 1만 2000여 명이 몰렸고, 대회 기간 축협매장의 한우 판매량이 2.7t에 달했습니다.
청도군은 매주 토·일 상설경기를 운영하며, 민속경기로 분류돼 경마처럼 합법적인 베팅도 가능합니다. 지난해 39만명이 넘게 경기장을 찾았으며, 매출액은 2011년 개장 이후 두 번째로 많은 30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동물학대 소싸움 폐지 전국행동은 최근 청도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의 고통을 담보로 한 소싸움은 더 이상 전통문화가 아니라 명백한 학대"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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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소싸움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국회 전자청원에는 5만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찬반 논란이 지속되면서 소싸움 대회는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라 전국 11개 지자체만 소싸움 대회를 개최해왔지만, 이 중 경남 김해시·함안군, 전북 정읍시·완주군 등 4곳은 올해 대회를 열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대회를 개최했던 대구 달성군도 내년도 대회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함안군 관계자는 "대회를 열지 말라는 민원이 거세지면서 논의 끝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소싸움을 민속 고유문화로 계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관계자는 "스페인의 투우처럼 소를 죽이는 것과 달리 소싸움은 힘을 겨루고 달아나면 경기가 종료되므로 동물학대가 아니다"며 "민속놀이인 소싸움은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