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우리 아기 손 베일까"... 엘리베이터에 붙은 '벽보' 뜯은 30대 엄마, 고소 당했다

아이 안전 위해 떼어낸 벽보가 범죄가 된 사연


경기도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서 어린 자녀의 안전을 우려해 승강기 내 벽보를 제거한 30대 여성이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30대 여성 A씨는 지난 6월 27일 김포시의 한 아파트 승강기에 부착된 벽보를 제거했다가 형사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A씨는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 딸을 안고 승강기를 이용하던 중, 아이가 계속해서 손을 뻗어 벽보를 만지려는 모습을 보고 아이의 손이 베일 것을 우려해 해당 게시물을 떼어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당시 벽보가 A4 용지 여러 장이 겹쳐져 있어 이미 너덜거리는 상태였고, 관리사무소의 직인도 찍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벽보의 소유자가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은 CCTV 영상 등의 증거를 토대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A씨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갈등이 빚어낸 예상치 못한 결과


이 사건의 배경에는 아파트 입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 간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A씨는 피의자가 된 후에야 특정 주민의 입장이 담긴 벽보가 아파트 승강기마다 부착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민 간 갈등이 첨예했던 탓에 관리사무소조차 해당 게시물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지만, 세 자녀를 키우느라 바쁜 A씨는 이러한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건의 전말을 들은 아파트 관리소장과 동대표가 고소인을 설득하려 노력했으나, 고소 취하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불법 전단지를 제거하듯 단순히 떼어낸 행동이 범죄 행위가 될 줄은 몰랐다"며 황당함과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교직에 몸담았던 입장에서 경찰서도 처음 가봤다"며 "남의 재산을 함부로 여기거나 탈취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경찰은 고소인이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벽보를 A씨가 명백히 훼손했기 때문에 재물손괴죄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용인에서는 지난해 5월 한 중학생이 승강기에 부착된 게시물을 떼어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가, 보완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경찰은 게시물이 승강기 내 거울 기능을 방해했던 점과 손괴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혐의없음'으로 의견을 변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