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촬영 중 중상 입은 외국인 모델, 1년 넘게 고통 속 방치

한국에서 활동하던 외국인 모델이 카드사 광고 촬영 중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방치되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지난 13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지난해 7월 광고 촬영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모델 A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방송됐습니다.

JTBC '사건반장'

A 씨는 2016년 한국에 입국해 2018년부터 본격적인 모델 활동을 시작했으며, 주로 스포츠 의류나 브랜드의 역동적인 광고를 촬영해왔습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 후 이혼했지만, 현재 6세 딸을 양육하며 전처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당시 안전장치 미비,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져

지난해 7월, A 씨는 한 카드사의 광고 촬영에 참여했다가 예상치 못한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트램펄린 위에서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이었습니다.

A 씨는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안전한지, 다칠 경우 보험 적용이 되는지"를 꼼꼼히 확인했고, 업체 측은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나 실제 촬영 현장에는 트램펄린 옆에 얇은 매트만 깔려 있었을 뿐, 다른 안전장치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A 씨는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크게 다쳐 대학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응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 A 씨는 목이 부러지고 탈골까지 발생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이로 인해 전방 경추 유합 수술을 받은 후, 경추 4·5·6 후방 고정을 위한 2차 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으며, 심한 통증으로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업체들의 책임 회피와 미흡한 보상 제안

사고 이후 A 씨를 더욱 괴롭힌 것은 관련 업체들의 무책임한 태도였습니다. A 씨의 전 아내는 "트램펄린에서 액션을 취하도록 요구받아 수행하던 중 부상을 당했는데, 상대측에서는 '스스로 트램펄린에 올라갔다가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한 "'아무 데도 부딪히지 않고 어떻게 그런 부상이 가능하냐'고 항의했더니 '그건 불운이다. 우리 과실은 없으며 전 남편이 혼자 스스로 뛰다가 불운에 의한 사고'라고 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돈도 사과도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대화도 없었고 얼굴도 보지 못했다"며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계속 집에만 있고 일도 못하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번 광고는 카드사가 대행사를 통해 제작사에 외주를 주고, A 씨는 모델 에이전시를 통해 섭외되는 복잡한 구조로 진행됐습니다. 사고 후 어느 업체도 명확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촬영 현장을 담당한 제작사는 "사고가 불운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모델 에이전시는 보상금을 제시했지만 그 금액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지금까지 발생한 약 1800만 원의 병원비와 별개로, 앞으로의 후유 장애에 대한 보상금으로 3000만 원을 제시하면서도 "영세한 업체니까 300만 원을 깎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에이전시의 제안을 거절했고, 수술비와 치료비를 모두 직접 부담해야 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된 후에야 회사 측은 "피해자를 만나 보상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