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9일(화)

수해복구 현장서 숨진 베테랑 굴착기 기사... 유족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어" 울분

비 오는 날 수해복구 현장의 비극


최근 수해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베테랑 굴착기 기사가 굴착기가 전도되면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30년 경력의 굴착기 기사 A씨(52)는 좁은 길목, 50도에 가까운 경사로에 폭우까지 쏟아져 작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고, 끝내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유족들은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보자 B씨


A씨의 아들이라고 밝힌 제보자 B씨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2일 전남 곡성군 겸면에서 경사로에 막힌 수로의 토사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전복된 굴착기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씨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B씨에 따르면, 무사고 30년 경력의 베테랑 굴착기 기사였던 A씨는 일만 있다면 한 달에 30일을 일할 정도로 성실했습니다. 실제로 A씨가 생전 작성한 일지에는 일에 관한 내용이 빼곡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소속 건설사로부터 일을 하고도 거액의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일을 나가지 않으면 건설사로부터 다음 일을 받을 수 없기에 일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제보자 B씨


이런 상황에 A씨는 지난 12일 전남 곡성군 겸면에서 폭우로 쌓인 잔해물을 치우는 작업을 1차로 마친 후, 마을 이장의 요청으로 인근 경사로에 막힌 수로의 토사 제거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


이 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장 안전관리 부재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입니다.


B씨는 "면사무소 총무팀장이 전화로만 작업을 승인했을 뿐, 관급공사인데 현장에 아무도 안 나왔다. 무사고 30년 차 베테랑 굴착기 기사도 장비 폭과 비슷한 좁은 길목, 50도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로를 위아래로 오가며 작업해야 하는 환경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누가 옆에서 봐주기로 했으면 사고는 없었을 텐데"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어 "군에서는 수해복구 지시 공문만 보냈다면서 빠지고, 면은 직접 고용관계가 아니라고 한다. 또 건설사는 A씨를 소개만 했을 뿐이라며 빠진다. 어제(13일) 군수와 만났지만, '노력해 보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힐 뿐이었다. 서로 미루는 상황에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인사이트A씨가 생전 작성한 일지 중 일부 / 사진 제공 = 제보자 B씨


아이러니하게도 사고가 발생한 12일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복되는 산재에 대해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날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제도적 해결책의 필요성


B씨는 "수해는 1차 피해, A씨가 당한 사고는 2차 피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어떤 사람이 수해 복구에 나가겠나.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고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현장의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는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어떠한 안내도 피드백도 없이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기다려야만 하는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가장이기에 비가 오는 날에도 생계를 위해 위험한 작업을 해야 했던 한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안전관리 체계와 책임 소재 명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