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 이름 앞세운 교묘한 술 판매 사기 수법
최근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 등의 이름을 앞세워 단체 예약을 하고 잠적을 하거나 금전을 편취하는 '노쇼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밤, 경기도 가평의 한 주점에서 특이한 사기 시도가 있었습니다.
업주가 받은 전화는 처음에는 평범한 예약 문의처럼 시작됐는데요. 전화를 건 사람은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함께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피싱범은 "저희가 ㅇㅇㅇ 씨랑 같이 방문하려고 전화를 드렸는데요"라고 말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특정 위스키 종류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ㅇㅇㅇ라고 그 위스키 종류를 말씀하셔가지고..."라고 덧붙였습니다.
JTBC
이후 피싱범은 특정 주류 업체를 소개하며 업주에게 고가의 위스키 구매를 유도했습니다. 의심을 품은 업주가 해당 주류업체로 소개받은 번호로 전화하자, 상대방은 30년산 위스키를 265만 원에 할인해 준다며 주문을 서두르라고 재촉했습니다.
"빨리 좀 말씀 좀 해 주세요. 저도 이제 빨리 이거 발주 넣어야 돼요"라는 말에 업주는 사기라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사기범들의 치밀한 공모와 업주의 기지&
피해 업주 정택상 씨는 "주류 회사라는 사람하고 그 사람이 둘이 같이 앉아서 이렇게 사기를 치는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의심이 든 정 씨는 역으로 예약금 20만 원을 요구했고, 피싱범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형 연예기획사 이름으로 입금했습니다.
하지만 정 씨가 다른 업체에 술을 주문했다고 말하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정 씨는 "1분도 안 돼서 다시 ㅇㅇㅇ 매니저한테 전화가 왔죠. 와서 왜 술을 안 시켰냐 내가 말한 그 회사에다가"라고 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피싱범은 갑자기 예약금 환불을 요구했고, 정 씨가 이를 거절하자 협박과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정 씨는 "문자로 막 욕하고... 계좌를 1년 동안 동결시킬 것이다. 보이스피싱 돈이 입금된 거니까..."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에 정 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씨는 이러한 사기 수법이 특히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사들이 워낙 안되기 때문에 시골에 연예인이 온다 그러면 가게 홍보도 될 것이고... 그런 걸 노리고 사기 치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좀 통쾌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소소하게라도 복수를 했구나 이런 느낌으로..."라며 사기범의 계획을 무산시킨 것에 작은 위안을 얻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