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화)

에스컬레이터서 캐리어 2개 '날벼락' 전치 8주 부상... 가해자 "내 돈은 못써" (영상)

에스컬레이터 캐리어 사고로 전치 8주 피해, 가해자는 "경미한 사고" 주장


에스컬레이터에 실은 캐리어가 굴러떨어져 한 여성이 전치 8주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캐리어 주인인 가해자는 "경미한 사고였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JTBC '사건반장'에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지난해 6월 27일 생일을 하루 앞두고 남자친구와 저녁 식사 후 지하철을 이용해 귀가하던 중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A 씨는 당일 오후 8시 19분경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에서 개화역 방향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A 씨가 에스컬레이터 중간쯤 내려갔을 때, 뒤에서 한 중년 여성이 큰 캐리어 2개를 에스컬레이터에 실어 내려보냈습니다.


여성이 나머지 1개를 실으려던 순간, 먼저 실어둔 캐리어 2개가 갑자기 굴러떨어졌고, A 씨는 피할 새도 없이 캐리어에 부딪혀 넘어졌습니다. A 씨는 주저앉은 상태로 에스컬레이터 계단에 밀려 내려가는 끔찍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A 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뒤에서 갑자기 '도르르' 소리가 나서 뒤돌아봤는데 캐리어가 정말 크게 보이면서 그냥 '오! 온다' 하고 맞았다"라고 생생하게 회상했습니다.


기존 이미지JTBC '사건반장'


그는 "2초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하나가 아니고 두 개가 같이 떨어지니까 피할 데가 없었다"고 당시의 공포를 전했습니다.


심각한 부상과 정신적 트라우마, 생활 전반에 영향


사고 직후 A 씨는 "(캐리어에 부딪히고) 미끄럼틀 타듯이 'ㄴ' 자로 앉아서 쿵쿵 내려왔다"며 "당시 치마 입고 있어서 허벅지에 찰과상이 손바닥만 하게 생겼고 그 상태에서 너무 아파서 일어설 수 없었고, 움직이지도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변 시민들이 A 씨를 대신해 경찰과 119에 신고해 주었고, A 씨는 큰 고통 속에서도 "이 캐리어 크기와 무게를 확인해야 한다"고 경찰에 요청했습니다.


가해 여성은 처음에는 "제가 잘못한 것 같다. 딸 같은 사람한테 미안하니까 보상해 줄 수 있다"고 말했으나, A 씨가 "변호사 통해서 형사 합의하겠다"고 하자 태도를 바꿨습니다.


기존 이미지JTBC '사건반장'


여성은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실수한 건데 보험사 통해서 보상받으면 될 일이다. 내 돈은 안 쓰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습니다.


결국 A 씨는 가해 여성과 형사 합의가 결렬되어 보험을 통해 700만 원 정도만 받았습니다. 그러나 A 씨의 치료비는 2700만 원을 넘었고, 가해 여성은 과실치상죄로 벌금 100만 원의 처분만 받았습니다.


JTBC '사건반장'


현재 A 씨는 가해 여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A 씨는 "여성의 실수로 지난 1년이 다 망가졌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상해진단서에는 전치 8주 이상, 정신과 진료도 4주 이상 필요하다고 나왔으며, A 씨는 "골절이 없던 건 다행이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타박상은 물론 목과 허리 디스크 손상, 턱관절 통증까지 심해져 죽만 먹는 기간도 있었다고 합니다.


가해자의 뻔뻔한 태도와 피해자의 절망


A 씨는 "양다리 인대가 찢어져 치료받았고, 두 달 넘게 입원하다 보니 직장에서도 결국 잘릴 수밖에 없었다"라며 경제적 피해도 입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심리적 충격이라고 합니다.


"누가 캐리어를 끌고 옆에 지나가면 그냥 멍해져서 아무것도 못 하고 서 있게 됐다. 제자리에서 한 5분 이상은 서 있어야 좀 진정된다"고 트라우마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A 씨는 "신체적으로도 '운동해서 더 건강해지면 되지'라고 말하지만 사고 후 동작에 제한이 많아졌다"며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 절망스럽다. 제가 이제 40세인데 갑자기 50~60대 몸 상태로 살아가는 게 말이 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origin_해외여행증가에여행사흑자전환.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반면 가해 여성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실수로 벌어진 일에 대해 굉장히 미안하지만, A 씨가 못 걷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보기엔 경미한 사고였는데 과도하게 확대된 것 같아 유감"이라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더 나아가 "저 역시 사고 이후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도 피해자인 것처럼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공공장소에서의 안전 불감증과 사고 후 책임 회피 문제를 다시 한번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