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수명 계산기 돌려보니 1000일 남았다"... 변해간 부부의 대화
유명 부동산 강사로 활동했던 고(故) 최성진 씨가 아내 A씨에 의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최씨가 생전에 아내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며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피해자 최씨가 사건 발생 두 달여 전부터 아내 A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다뤄졌습니다. 최씨는 2023년 11월 26일 아내에게 "여보, 난 너무 불쌍해. 난 돈 버는 기계야. 왜 돈을 벌지, 이러다 죽으면 끝인데. 맨날 일만 해. 놀 줄도 몰라"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같은 해 12월 2일에는 "4억 원 전세금만 해줘. 나머지는 다 줄게. 나도 좀 편하게 살자"고 했고, 12월 15일에는 "기대 수명 계산기를 돌려봤어. 난 1000일 남았네.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자. 좀 어이없지만 너무 슬프다"는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생전에 강의를 하던 부동산 1타 강사 A씨 모습 / YouTube '그것이 알고싶다'
이러한 대화에 A씨는 대부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같은 달 26일 최씨가 "너에게 나는 뭐야?"라고 묻자,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피와 장기, 심장도 내어줄 이 세상 가장 소중한 나의 유일한 내 편, 내 사랑"이라는 답장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강의 중 가족 언급 잦았다... 눈 오는 날, 발로 차더라"
주변에 따르면 두 사람은 같은 업계 동료 사이에서도 '잉꼬부부'로 통할 정도로 돈독해 보였다고 합니다. 최씨는 강의 중에도 아내를 '마님'이라 부르며 애정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가족 내 위상에 대한 푸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나는 집에서 서열 꼴찌다. 강아지만 나를 반겨준다", "눈 오는 날 마님이 발로 차며 빨리 돈 벌어오라더라"는 식의 발언은 농담처럼 흘려들리면서도 묘한 현실감을 남겼습니다.
최씨의 휴대전화에는 2015년부터 부부가 나눈 메시지가 남아 있었으며, 방송에 따르면 2019년까지는 애정 어린 대화가 이어졌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A씨가 "아직도 회의?", "수상해", "둘이 만나는 거 맞아?"라는 식으로 의심의 말을 보내며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이후 최씨는 여러 차례 이혼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YouTube '그것이 알고싶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방송에서 "남성은 점점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며 '이제 나 좀 놔달라'고 했고, 여성은 반응을 하지 않은 채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며 "그 시기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 동등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혼 요구에 화가 났다"... 우발적 범행에서 계획범죄로 판단 전환
비극은 올해 2월 15일 새벽 3시,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졌습니다. A씨는 양주병 등으로 최씨를 수차례 가격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범행 직후 A씨는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 과정에서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초기 경찰은 사건을 부부싸움 중 우발적 범행으로 보고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추가 수사에서 피해자의 혈흔 분포와 범행 정황을 바탕으로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을 제기했고,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한 끝에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4월 A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A씨 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재판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YouTube '그것이 알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