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사제총기 살인사건, 생활비 지원 중단이 범행 동기로 밝혀져
인천 송도에서 자신의 생일상을 차려준 아들을 향해 사제 총을 발사해 살해한 60대 남성이 결국 범행 동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동안 '가정 불화'라고만 언급했던 그는 아들의 생활비 지원 중단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탄환 모습 / 인천경찰청
24일 SBS에 따르면, 직접 제작한 사제 총으로 30대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는 이달 22일 투입된 프로파일러 2명에게 "그동안 생활비를 아들이 지원해 줬는데 지난해 지원이 끊겼다"고 진술했습니다.
아들이 큰 사업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생활비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A씨가 생활비 지원이 중단됐다고 주장하는 시점인 지난해에 총기 제작에 필요한 쇠파이프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범행 당시 상황과 유족 측 반박
그동안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정 불화'가 있었다고만 진술하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왔습니다.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했던 60대 A씨의 자택 현관 앞에 사건 조사 중임을 알리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 뉴스1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A씨가 수십 년 전 아내와 이혼한 후 일종의 열등감에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가정 불화'는 범행 동기가 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박했습니다.
피해자인 아들은 8년 전 부모의 이혼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내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생일잔치를 열어주는 등 아버지를 배려했다는 것입니다.
유족 측은 또한 A씨가 아들뿐만 아니라 며느리와 손주 등 다른 가족들도 살해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족 측은 "피의자는 생일파티를 마치고 함께 케이크를 먹던 중 편의점에 잠시 다녀온다고 말하고는 총기가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올라와 피해자를 향해 총 2발을 발사한 뒤 피해자의 지인에게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됐다"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지난 21일 소방 관계자들이 송도 총격 피의자 A 씨(63)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택에 진입하고 있다 / 뉴스1
이어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숨어있던 며느리가 잠시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방 밖으로 나올 때 피의자는 총기를 재정비하면서 며느리에게 소리를 지르고 추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추가 혐의 검토 중인 경찰
경찰은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인미수나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A씨는 이달 20일 오후 9시 31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33층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자신의 30대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습니다.
이 장치들은 살인 범행 이튿날인 21일 정오에 불이 붙도록 타이머가 설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