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비상 속 경기북부 의장단의 일본 '외유성 출장' 논란
경기 북부지역이 폭우로 몸살을 앓는 동안, 지역 의회 의장들이 일본에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4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폭우 피해가 컸던 가평을 포함한 경기북부 9개 시·군 의회 의장들이 폭우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일본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기북부시군의회 의장 9명은 지난 17일 오전 '주민 자치와 지역발전 사례 탐방'이라는 명목으로 4박 5일 일정의 일본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출발 하루 전인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미 폭우로 인한 비상 1단계를 발령한 상태였습니다.
오산에서는 옹벽이 무너져 1명이 숨지는 사고도 났습니다.
더욱이 출발 당일인 17일 새벽 4시에는 비상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의장단은 계획대로 출국을 강행했습니다.
TV조선
형식적인 공식 일정과 관광 중심의 연수
의장단의 연수 일정표를 살펴보면, 첫째 날과 둘째 날에 히다카시와 도쿄도청 등 지자체 3곳을 방문하는 것이 공식 일정의 전부였습니다.
나머지 일정은 도쿄 신주쿠, 메이지 신궁, 오다이바,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등 일본의 유명 관광지를 '탐방'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한 시 의장은 "비 예보만 있었지 특별한 상황은 없었다"며, 경기 북부는 수해 지역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산 옹벽 사고 현장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하지만 실제로는 의장단이 일본으로 출국한 당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고, 20일에는 피해가 경기 북부지역에 집중됐습니다.
이번 폭우로 경기 북부지역에서만 8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가평 지역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작 지역 의회를 이끄는 의장들은 현장에 없었던 것입니다.
일본 요코하마,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Unsplash
사망·실종자가 처음 발생한 20일, 의장단은 요코하마 견학 일정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장 9명 중 6명은 출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1명은 답변을 회피했으며, 나머지 2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21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수해지역에서 가게 종업원이 무너지 상가 건물을 보고 있다. / 뉴스1
이번 사태는 지방의회의 해외 연수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지역 주민의 안전과 복지를 책임져야 할 의회 대표자들이 자리를 비운 것은 책임 의식의 심각한 결여를 드러냅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 연수는 종종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실질적인 정책 개발이나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관광 위주의 일정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기북부 의장단의 일본 출장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