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 쌍둥이 살해 사건, 항소심에서 친부의 눈물 섞인 고백
생후 7개월 쌍둥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40대 친모의 항소심에서 쌍둥이의 친부가 자신이 진짜 가해자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사건은 육아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가정 비극으로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A씨(44)는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8시 30분쯤 전남 여수시 웅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잠들어 있던 생후 7개월 쌍둥이 자매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수사 결과 A씨는 육아 스트레스와 남편과의 잦은 다툼으로 인한 우울증을 겪으면서 삶을 비관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1심 재판부는 "경제 문제나 임신, 출산의 어려움, 자녀 양육 방법 등으로 배우자로부터 질타를 받아 극단적 우울감에 빠졌던 것으로 보이고 정신적인 불안 상태가 범행으로 이어지는 등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참작 동기 살인' 유형으로 분류해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
친부의 자책과 후회, "모든 게 제 탓입니다"
1심 선고에 피고인과 검사 모두 양형부당으로 항소했고, 22일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해당 사건의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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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청석에 있던 쌍둥이의 친부 B씨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B씨는 "피해자의 유족으로 나와 있지만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인 것 같다"면서 "아직도 딸들의 물품을 정리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했던 말들을 회상하며 "'애 낳은 것 빼고 한 게 뭐가 있냐. 밖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쏘아붙였다"며 "아내의 우울증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한 번도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자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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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아내에게 너무 편하게 있다'며 벼랑 끝으로 몰았다. 제가 아내에게 조금만 다정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게 제 탓이다. 너무나 후회된다"고 말하며 아내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80년이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아이를 살해하는건 아니지"라며 양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여성으로서 자존감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재판부는 8월 26일 재판을 속개해 피고인 신문을 이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