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제주항공 참사, '엔진 조사' 결과는... 유가족에 "조종사 조작 실수였나 물어보라"

조류 충돌 36초 뒤 화염... 엔진 상태 놓고 엇갈린 해석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주 발표 직전 무산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엔진 정밀 조사 결과가 입수됐습니다. 


해당 자료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고 당시의 세부 정황과 조종 판단을 둘러싼 새로운 쟁점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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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SBS 8뉴스가 입수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8시 57분 50초, 관제탑은 사고 여객기에 조류 충돌 가능성을 경고했고, 36초 뒤 실제로 가창오리 떼와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충돌 직후 양쪽 엔진은 진동을 동반한 채 작동을 이어갔으며, 우측 엔진에서는 화염과 검은 연기가 포착됐습니다.


문제는 19초 뒤, 조종사가 비상 절차를 수행하며 좌측 엔진을 정지시킨 판단입니다. 블랙박스 분석을 토대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고, 항철위는 우측 엔진이 착륙 직전까지 비행 가능 수준의 출력을 유지한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족 및 전문가들은 "왜 좌측 엔진을 끄고 우측 엔진만으로 비행했는지, 당시 좌측 엔진 상태에 대한 객관적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이나 실험 결과 없이 조종사 판단을 단정 지은 채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시사한 점은 유족의 반발을 키웠습니다.


IDG 분리 경위도 '추정'... 일관성 없는 설명


또한 조사위는 우측 엔진에 연결된 전력장치 IDG(Integrated Drive Generator)가 "조종사에 의해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충격에 의한 분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MBN 갈무리MBN 갈무리


해당 IDG의 분리는 항공기의 착륙장치 작동 실패와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조사단의 애매한 입장은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IDG는 쉽게 차단할 이유가 없는 장비이며, 과열 징후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권보현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조종사가 IDG를 일부러 껐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조사위의 해석이 지나치게 단편적일 수 있음을 우려했습니다.


유족에 '기초 질문지' 전달... 사전 프레임 설정 의혹


사고조사위 브리핑에 앞서 국토부가 유족 측에 전달한 '질문지' 또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자문단이 작성한 해당 질문지는 "양쪽 엔진이 모두 정지했는가", "엔진 정지의 원인이 조류 충돌 때문인가" 등 지나치게 기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유족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더욱이 질문 항목 중에는 "조종사 비상 대응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었는가"와 같은 유도성 문항이 포함돼 있어,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뉴스1


유족협의회 측은 "정말로 공정하고 다각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면 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자문단과 조사위가 결과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 했다는 강한 의구심을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