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검토, 강남권 보유세 최대 50% 급증 전망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8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자 감세' 정책의 정상화와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증세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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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시장가액비율은 주택이나 토지 등의 공시가격에 곱해 실제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계수로, 이 비율이 높아지면 종부세 부담이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올해 서울 강남3구 등 인기 지역의 집값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내년 공시가격 인상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라,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올라간다면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세금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고가주택 보유세 부담, 최대 50% 가까이 급증
지난 21일 신한은행 우병탁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세금 모의계산 결과에 따르면,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함께 상승할 경우 강남3구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은 최대 5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약 27억 7400만 원입니다.
반포자이 자료 사진 / 뉴스1
1주택자 기준으로 현행 공정시장가액비율(재산세 45%, 종부세 60%)을 적용했을 때 올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1274만 원 수준입니다.
내년 공시가격 상승률이 올해와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유지된다면, 내년 보유세는 1572만 원으로 298만 원(23.4%) 증가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로 상향 조정될 경우, 보유세는 1842만 원으로 올해보다 568만 원(44.6%) 급증하게 됩니다.
다른 강남권 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의 보유세는 올해 1949만 원에서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 시 내년 2835만 원으로 886만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12㎡) 1주택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올해 2841만 원인 보유세가 내년에는 4157만 원으로 1316만 원(46.3%)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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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법령상 60~100% 범위 내에서 시행령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비율은 문재인 정부 시절 80%에서 95%까지 상승했다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60%로 하향 조정된 바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에서 45%로 낮췄습니다.
정부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을 통한 세수 기반 확대 방안을 이달 말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키거나, 내년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종부세 세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1년 7조 2700억 원에 달했던 주택분 종부세액은 2023년 4조 4630억 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1조 6000억 원으로 2020년 수준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고가 주택이 밀집된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오르면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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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점진적인 가액비율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집값 상승기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한 번에 20%포인트 올리면 충격이 심하고, 재산세 공정시장가액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