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수출하는 척 마취제 빼돌린 뒤 강남에 '가짜 피부과' 차려 판 조직 검거

해외 수출 가장한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 조직 검찰에 적발


서울중앙지검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이 전신 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를 해외 수출로 위장해 국내에 불법 유통한 조직을 검거했습니다.


21일 검찰은 의약품 도매업체 A사 대표 이모(41) 씨 등 5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서울중앙지검 제공


이 조직은 에토미데이트를 태국으로 수출한다고 허위 신고한 후 국내에 불법 유통했는데요. 약사법상 '판매' 행위에 수출이 포함되지 않아 관련 규제를 회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태국으로 발송된 우편물의 무게가 지나치게 가벼운 점을 수상히 여겨 조사에 나섰고, 태국 현지 수취인으로부터 "에토미데이트를 받은 적이 없으며 기능성 화장품만 주문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불법 유통 조직의 범행 수법이 밝혀졌습니다.


에토미데이트 중독자 대상 조직적 판매망 구축


검찰 수사 결과, 최상위 공급책인 이씨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중간 공급책인 전직 A사 직원 최모(38) 씨에게 에토미데이트 3만5천㎖를 1억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통된 에토미데이트는 판매·투약책들을 통해 중독자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서울중앙지검 제공


이들은 서울 강남에 스킨클리닉이라는 가짜 피부과 의원을 개설하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8개월간 600여 차례에 걸쳐 10억6천800만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투약했습니다.


조직 내에서는 클리닉 운영자, 자금관리자, 간호조무사, 바지 사장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으며, 성형외과 상담실장 경력이 있는 양모(39) 씨가 중독자를 소개하는 등 체계적인 범행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병원에서 중독자들이 목격됐다는 112 신고가 접수되자, 단속을 피해 자신들의 집이나 중독자들의 집으로 직접 출장을 가는 방식으로 판매를 지속했습니다.


중독자들이 하루에 결제한 금액은 최대 1천580만원(79회 투약분)에 달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의 심각성과 대응 방안


AKR20250721068900004_01_i_P4_20250721142315464.jpg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 구조 / 서울중앙지검 제공


에토미데이트는 10㎖ 앰플 1개당 원가가 4천200원에 불과하지만, 중간 공급책에게는 평균 2만8천원, 판매책에게는 평균 5만2천원에 판매됐습니다.


판매책들은 이를 다시 중독자들에게 평균 20만원에 판매하며 원가 대비 47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에토미데이트는 의식을 잃게 만드는 전신 마취제로 프로포폴과 효능이 유사하지만,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오남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불법 유통이 적발되더라도 약사법만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낮고, 투약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10월 에토미데이트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했으며, 지난 2월에는 마약류로 지정하는 마약류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어 현재 국회 심사 중입니다.


검찰은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정식 지정되기 전까지 불법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수출용 의약품에 대한 모니터링 개선 등 관리·감독 강화를 건의했습니다. 또한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마약류 중독자를 양성하는 범죄조직으로부터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