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출근 첫날 무더위에 쓰러져 숨진 이주 노동자... 연이은 폭염에 민노총이 내놓은 대책

"온열질환 사고, 막을 수 있었는데..." 민주노총이 재차 촉구한 '폭염 대책'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산업 현장에서 이주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 때 규제개혁위원회의 재검토 권고로 무산된 '폭염 대응 규칙 개정'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지난 8일 경북소방본부와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7일) 경북 구미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20대의 일용직 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처음으로 현장에 출근한 A씨는 거푸집 설치 작업을 하던 중 공사 현장 지하 1층에서 앉은 상태로 쓰러졌다. 동료의 신고로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지만 A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인사이트낮 기온이 35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지난 8일 광주 북구청 신관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쉬는 시간에 물을 마시고 있다. / 뉴스1


경찰과 보건 당국은 발견 당시 A씨의 체온이 40.2도였던 점을 들어 사망 원인을 온열질환으로 추정했다. 다만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사고 이틀 뒤인 8일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이 죽음은 폭염 속에서도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노동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며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정부와 사업주의 안일한 태도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더위도 재해이며, (이번 사고는)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면서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고용노동부는 폭염 관련 사업주 예방조치를 '지도 권고' 수준에 멈췄다"며 "만약 법적인 강제 조항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해당 노동자들은 2시간 20분마다 휴식을 취하고, 작업 시간대가 조정되며, 이동식 냉방기 설치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보장 받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인사이트서울 전역에 올 여름 첫 폭염경보가 발령된 지난 7일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높은 온도로 빨갛게 보이고 있다. / 뉴스1


더불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노동부에서 만들어졌지만, 규제개혁위원회는 '기업 부담' 운운하며 이를 가로막았다"면서 "사람의 생명보다 규제 완화를 우선시한 결과,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재난 속에서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노동부는 '2시간 작업 후 20분 휴식'을 포함한 폭염 대응 규칙 개정을 즉각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혹서기 작업 중지 의무화, 이동식 냉방기 설치, 충분한 휴식 시간 보장 등의 실질적 조치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규제개혁위원회는 산업안전보건 규제 완화 권고를 즉시 철회하라. 아울러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강제 규정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2일 산업안전보건기준 개정안 무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체감온도) 33도 2시간 기준의 20분 휴식은 최소한의 조치"라며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인사이트지난달 2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폭염 속 노동자 다 죽이는 규제개혁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