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5일(화)

AI가 '무정자증' 남편 정자 3개 찾아내... 18년만에 임신 성공

AI 기술로 무정자증 극복, 18년 만에 임신 성공한 부부 사례


미국의 한 부부가 18년간의 불임 투쟁 끝에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으로 첫 아이를 임신하는 데 성공했다.


CNN이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한 이 사례는 생식의학 분야에서 AI 기술의 혁신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부부는 남편의 무정자증(azoospermia)이라는 희귀 질환으로 인해 전 세계 불임 센터를 찾아다니며 수차례 체외수정(IVF) 시술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무정자증은 정액에서 정자가 전혀 검출되지 않는 상태로, 일반적으로 정액에는 수억 개의 정자가 포함되지만 이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서는 전문가가 현미경으로 몇 시간을 들여다봐도 정자를 발견하기 어렵다.


AI가 찾아낸 단 세 개의 정자, 새 생명의 시작


컬럼비아 대학교 불임센터에서 개발한 AI 기반 기술 'STAR(Sperm Tracking and Recovery·정자 추적과 회수)'가 이들의 삶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이 시스템은 남성의 정액 샘플에서 극소수의 살아있는 정자를 찾아내는 데 특화되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남편이 제출한 정액 샘플을 AI가 분석한 결과, 육안으로는 불가능했던 정자 세 마리를 검출해냈고, 이 정자로 난자를 수정시켜 건강한 임신에 성공했다. 출산 예정일은 올해 12월이다.


아내는 "너무 많은 좌절을 겪어와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제 초음파에서 아기를 보게 되니 꿈만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STAR 시스템은 정액 샘플을 특수 칩 위에 놓고 고속 카메라와 고해상도 현미경을 이용해 AI가 1시간 만에 8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촬영하며 정자를 탐색한다.


정자로 추정되는 세포를 인식하면, 손상 없이 살아있는 채로 분리해낸다.


개발을 주도한 제브 윌리엄스 박사(컬럼비아대 난임 센터장)는 "AI가 정자 1~2마리만 존재하는 정액에서도 살아있는 정자를 찾아내는 것은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라며, "기존에는 2일간 숙련된 기술자가 찾아도 실패한 샘플에서 AI는 단 1시간 만에 44마리를 찾아냈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무정자증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동안 무정자증 치료는 정소(고환)를 절개해 조직을 분리해 정자를 찾는 침습적 수술이 일반적이었다.


이 방법은 반복할 경우 흉터와 손상이 생기며 환자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었다. 일부는 호르몬 치료나 정자 기증을 선택하지만, 자신의 정자를 통한 임신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STAR 기술은 침습적 시술 없이 정액 샘플만으로 정자를 발견할 수 있어 무정자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정자증은 미국 남성 불임 사례의 약 10%를 차지하며, 전체 불임 원인의 최대 40%가 남성 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기술의 의의는 크다고 CNN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AI는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준다"며, AI가 배아 선별, 난자 품질 평가, 맞춤형 IVF 약물 조절 등 생식의학 전반에서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이미지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재 STAR 시스템은 컬럼비아대학 불임센터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정자를 찾아 분리하고 동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3000달러(약 409만 원)이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논문으로 발표하고 타 기관에도 공유할 계획이다.


윌리엄스 박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민인 불임 문제를 가장 현대적인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 감격스럽다"며 "앞으로 더 많은 부부들이 이 기회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코넬 대학교 의과대학의 난임 시술 전문가 지안피에로 팔레르모 교수는 "생식 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서둘러 적용하는 것이 환자에게 헛된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부 남성은 그들의 정액 샘플을 인간이든 기계든 아무리 분석해도 필연적으로 정자가 없을 수 있다"며 체외수정 과정에서 인간 배아학자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