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수퍼박테리아' 사망자, 코로나보다 위험한 공중보건 위협
병원 장기 입원 환자들 사이에서 '수퍼박테리아'로 불리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6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법정감염병 발생 동향에 따르면, 장내세균목(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ales, CRE)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7년 37명에서 지난해 838명으로 급증했다. 감염자 수 역시 2017년 5717명에서 지난해 4만2347명으로 7년 만에 약 7.4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CRE는 일반적으로 장내에 존재하는 세균이 강력한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획득하면서 발생한다.
이 내성균은 요로, 혈류, 폐 등 인체 주요 부위로 침투해 심각한 감염을 일으키며, 특히 면역력이 약화된 중환자나 장기 입원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공호흡기, 중심정맥관, 도뇨관 등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환자들이 주요 감염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항생제 내성과 의료환경,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는 "항생제 사용량이 많을수록 세균이 내성균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입원 기간이 길거나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환자일수록 CRE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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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박테리아의 주요 감염 경로는 환자 간 직접 접촉, 의료진의 손, 병상이나 공용 화장실 같은 오염된 환경을 통해 이루어진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는 "한국은 다인실 병상이 많아 감염에 더 취약한 의료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CRE 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1인실 격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CRE 감염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약물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김 교수는 "CRE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은 제약사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실정"이라며 "일부 효과적인 약물이 개발됐지만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방을 위한 백신도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요양병원으로 확산되는 위험, 미래 공중보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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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 감염은 이제 대형 병원을 넘어 요양병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CRE 감염자가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요양병원에도 상당수 분포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김 교수는 "2050년이 되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전 세계 연간 사망자가 1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며 "이는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는 감염병 위기로, 지금부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