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군 생활, 월급 18,200원으로 버텨낸 시절
2000년, 대한민국 육군 병장의 월급은 고작 18,200원이었다.
상병 16,200원, 일병 14,500원, 이등병 13,200원으로 계급별 차이도 미미했다.
2025년 기준 병장 월급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현실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tvN '군검사 도베르만'
그렇다면 당시 군인들은 이 적은 월급으로 어떻게 26개월이라는 긴 군 생활을 버텨냈을까?
'99군번' 출신 김모(45) 씨는 "월급날이 되면 PX(군 매점)에서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PX에서는 라면 한 봉지가 300원, 초코파이 한 상자가 1,500원 정도였다.
병장 월급으로 라면을 사면 약 60개, 초코파이는 12상자 정도를 살 수 있었던 셈이다.
PX는 군인들의 작은 오아시스, 그러나 제한된 선택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000년대 초반 군대 PX는 군인들에게 유일한 소비 공간이었다.
당시 PX에서 인기 있던 품목은 라면, 과자, 음료수 등 간식류와 면도기, 치약, 비누 같은 생필품이었다. 특히 '진라면', '새우깡', '초코파이'는 군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이었다.
당시 PX 물가는 일반 시중보다 저렴했지만, 병사들의 월급으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이등병이 한 달 월급 전체를 써도 라면 44개 정도밖에 살 수 없었다.
당시에는 담배 한 갑이 1,300원 정도였는데 흡연자 대부분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담배 구입에 썼다.
담배 한 갑이 이등병 월급의 약 10%를 차지했던 셈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푸른거탑'
부모님의 용돈과 면회가 생존의 원동력
적은 월급으로 인해 많은 병사들은 부모님이나 친척들의 용돈에 의존했다.
면회 온 가족들이 가져다주는 간식과 생필품, 그리고 용돈은 군 생활의 중요한 자원이었다.
"면회 오시는 부모님께서 주시는 용돈이 실질적인 군 생활 자금이었어요. 월급은 사실상 상징적인 의미였죠." 당시 군 복무를 했던 이모(43) 씨의 말이다.
면회 시 받는 용돈은 보통 3~5만 원 수준으로, 이는 병장 월급의 2~3배에 달했다.
또한 당시에는 휴대전화가 보편화되지 않아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하는 것도 중요한 지출 항목이었다.
넷플릭스 'D.P.'
3분에 70원 하는 군 내부 공중전화는 귀한 통신 수단이었고, 많은 병사들이 전화카드를 아껴 썼다.
군 생활의 작은 사치, 그리고 추억
2000년대 초반 군대에서 가장 큰 사치는 무엇이었을까? 많은 제대 군인들은 '햄버거'와 '피자'를 꼽는다.
당시 햄버거 세트는 약 3,000원, 피자 한 판은 1만 원 이상으로 병장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제대를 앞둔 선임이 후임들에게 피자를 사주는 것은 큰 베품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2001년 제대한 최모(43) 씨의 회상이다.
또한 당시 군대에서는 '돈 모으기 대회'가 비공식적으로 열리기도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JTBC
누가 더 많은 돈을 모아 제대하는지 경쟁하는 것이다.
일부 병사들은 21개월 동안 거의 돈을 쓰지 않고 30만 원 이상을 모아 제대하기도 했다.
2000년 당시 군 생활은 물질적으로는 분명 열악했지만, 그 속에서도 병사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즐거움을 찾았다.
지금의 군 생활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 시절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월급 18,200원으로 버텨낸 그 시절의 이야기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공통된 경험이자,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역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