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고생 3명 사망... 무용 강사와 마찰 정황에 학부모 "수개월 전부터 교체 요구"
부산의 한 예술계 고등학교에서 여고생 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일부 학부모들이 사고 전부터 한 강사와의 갈등을 지적하며 교체를 요구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망 사고 이후에서야 해당 강사를 분리 조치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한 예고 학부모회와 학원 강사들이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학교 학생 3명이 숨진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뉴스1
"새 학기부터 마찰 있었다"... 학부모, 경찰에 수사 의뢰
지난 24일 부산 A고등학교 학부모회는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월, 무용과 외부 강사 14명 중 11명이 교체됐으며, 새학기 시작 직후부터 신임 강사와 학생 간 마찰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학부모회는 이어 "강사의 문제 행동에 대해 지난 4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사망 사고 이후 학교 측에 강사와 학생들의 분리 조치를 요구했고, 그제야 해당 강사가 수업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숨진 학생 중 한 명이 다니던 무용학원 원장 이모 씨도 "신임 강사와의 수업에 대해 아이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 시작한 시점은 학기 초를 지나면서부터였다"며 "방과 후 수업을 피하고 싶다는 말에 듣지 말라고 조언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학업 성적 좋았다"... 유서엔 스트레스 호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망한 학생들이 남긴 유서에는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에 대한 부담'이 담겨 있었지만, 학업 성취도는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B학생의 경우 각종 콩쿠르에서 상위권 성적을 거뒀고, 교내 실기평가에서 1등을 한 적도 있다"며 "성적이 부진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부모회는 "단순한 개인 사정으로 치부하지 말고 구조적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찰과 교육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 감사·경찰 수사 본격화... 학교 법인도 교체 수순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전날(24일) "사망한 여고생 3명의 행적과 동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유가족 및 주변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포렌식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망 경위와 원인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부산시교육청도 오늘(25일)부터 해당 고등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한다. A고교는 지난 2014년부터 설립자 측과 이사장 간 법적 분쟁으로 인해 임시이사회 체제로 운영돼 왔으며, 법인과 학교 구성원 간의 마찰도 지속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관선 체제로 운영된 이후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번 사망 사고의 구조적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전반적인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육청은 학교 법인의 이사진 교체에도 나섰다. 최근 사직한 임시이사 4명의 후임을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 추천한 상태로, 해당 이사들은 교육 전문가 3명과 행정 분야 1명이며, 나머지 현직 이사는 변호사·회계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