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유일 국민의힘 승리 투표소, 소록도에 숨겨진 사연
호남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지지세가 무너진 유일한 곳이 있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 제4투표소(국립소록도병원)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발표한 제21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르면, 소록도 투표소에서는 총 투표수 235표 중 김문수 후보가 118표(50.21%)를 얻어 108표(45.9%)에 그친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 이는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 전체 1729개 투표소 중 유일하게 국민의힘이 승리한 사례다.
호남 지역의 전반적인 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민주당의 압도적 우세가 확인된다.
광주에서는 총 투표수 99만 6424표 중 이재명 후보가 84만 4682표(84.77%)를 얻은 반면, 김문수 후보는 7만 9937표(8.02%)에 그쳤다.
전남에서는 129만 4823표 중 이재명 후보가 111만 1941표(85.87%), 김문수 후보는 11만 624표(8.54%)를 획득했다.
전북 역시 123만 8009표 중 이재명 후보가 102만 3272표(82.65%), 김문수 후보는 13만 4996표(10.90%)를 기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와 소록도의 특별한 인연
소록도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 배경에는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와 소록도 한센인들 사이의 특별한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970년대 박 전 대통령 부부는 고령의 소록도 한센인들을 위해 병실과 진료실을 갖춘 최신 시설을 건립하고 특별예산을 지정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쳤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한센인들의 외부 생활을 제한했던 총 2km 길이의 경계 철조망을 제거한 일이다.
이 조치는 단순한 물리적 변화를 넘어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왔던 한센인들에게 심리적 해방감을 선사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서 박 대통령 동상이 공개되고 있다. / 뉴스1
소록도 주민들은 특히 육영수 여사에 대한 각별한 감사함을 표현해왔다.
한센인들은 육 여사의 서거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했으며, 그녀의 공덕을 기리는 공덕비까지 세워 감사의 마음을 형상화했다.
한편, 이번 선거 직전인 지난달 27일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고흥 소록도를 방문해 한센인들을 만나는 '비공개 유세'를 진행했으나, 최종 투표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