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데 지구까지 지키고 있다는 '이 동물'
남극에 사는 특정 동물의 배설물이 기후변화를 막고 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먹고 싸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지키고 있다는 동물의 정체는 바로 아델리펭귄(Pygoscelis adeliae)이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대(University of Helsinki) 매튜 보이어(Matthew Boyer)가 이끄는 연구진은 22일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펭귄의 배설물이 기후변화를 막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2023년 1월 10일부터 3월 30일까지 아델리펭귄 6만여 마리가 사는 남극 시모어섬 서식지에서 8㎞ 떨어진 마람비오 기지(Marambio Base) 근처에서 공기 중 암모니아 농도를 측정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 결과 바람이 아델리펭귄 서식지 쪽에서 불어올 때 암모니아 농도가 평소(10.5ppt)보다 1,000배 이상 높은 13.5ppb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펭귄들이 서식지를 옮겨간 뒤에도 배설물에서 계속 방출돼 평소보다 암모니아 농도가 100배 이상 높게 유지됐다.
이처럼 암모니아 농도가 높은 곳에서는 구름이 생성되기 쉽다. 구름을 만드는 '에어로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에어로졸 입자는 구름이 만들어질 때 꼭 필요하다. 에어로졸의 입자가 커지고 그 수가 많아질수록 구름이 잘 생기게 된다. 이렇게 생긴 구름은 태양빛을 우주로 반사해 인근의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즉, 펭귄의 배설물에서 나온 암모니아가 에어로졸을 늘려 결과적으로 구름까지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펭귄이 사는 지역에서 암모니아 농도가 짙은 바람이 불어올 때, 공기 중에 떠 있는 에어로졸 입자가 급격히 많아지고 커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펭귄의 서식지로부터 바람이 불어온 지 3시간이 지나자 안개까지 관찰됐다면서 이는 암모니아 가스와 그로 인한 에어로졸 입자 농도 증가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귀여운 펭귄이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였던 것.
펭귄 배설물이 남극의 기후변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연구진은 펭귄 및 바닷새와 이들의 서식지를 기후변화로부터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