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7일(토)

최태원 회장 "데이터센터 하나에 70조... 정부, 세제 혜택보다 투자 필요"

최태원 회장 "AI 기업에 세제 혜택보다 투자가 필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부의 인공지능(AI) 지원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최 회장은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AI 정책 포럼'에서 "정부가 AI 지원 방안으로 세제 혜택을 주로 말씀하는데, 당장 AI 기업이나 AI 프로젝트들이 돈이 되지 않고 있으니 (세제 지원은) 소용없는 일"이라며 "세제 지원보다는 투자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자원을 언급하며 "1기가와트(GW)짜리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데 500억 달러(약 70조 원)가 들어간다. 그 정도로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세제 혜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규모의 투자가 필요함을 시사한 것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에서 열린 대한민국 AI정책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5.5.9/뉴스1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에서 열린 대한민국 AI정책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5.5.9/뉴스1


미중 AI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위기


최 회장은 개회사에서 AI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대해 "미중 갈등은 최소한 30년 이상 가게 될 것"이라며 "AI가 없으면 우리가 자랑하는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고, 우리나라 경제모델 자체가 부서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미중 갈등이 전례 없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양국 갈등의 핵심에는 'AI 패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우리는 늦었다"라고 지적한 최 회장은 "AI는 엄청난 리소스와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발달과 움직이는 속도는 무지하게 빨라서 돈과 에너지가 잘 갖춰진 국가는 더 잘 가고, 그러지 못한 국가는 뒤처지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AI 생태계 발전을 위한 정부 역할


최 회장은 한국의 AI 생태계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로 '투자'와 '시장 조성'을 강조했다.


1990년대 말 우리나라 IT 발달의 물꼬를 텄던 '벤처붐' 사례를 들면서 "벤처붐이 성공한 것도 정부가 시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AI 정책 목표는 넘버 1이 무조건 시장을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 AI 스타트업 1만 개가 5년 내에 만들어질 정도는 돼야 성공한다"고 주장했다.


세제 혜택에 대해서는 "오히려 세제 지원을 하려면 AI를 투자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AI 기업 자체나 AI 프로젝트는 당장 돈 되는 게 없으니 세제 지원보다는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에서 열린 대한민국 AI정책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5.5.9/뉴스1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에서 열린 대한민국 AI정책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5.5.9/뉴스1


정부 부처와 전문가들의 AI 전략 제언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컴퓨팅 인프라와 우리의 독자적인 AI 모델을 바탕으로 AI가 제조·의료 등 경제·사회 각 분야에 확산해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제조업에서 AI 활용은 AI 강국이 되기 위한 필수요건"이라며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AI·제조AI에서 세계 1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보유한 제조현장에 대한 이해와 풍부한 산업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AI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 겸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은 "AI 생태계는 시장 원리에 의해 구현돼야 AI 인프라·AI 모델·AI 서비스 순으로 발전하고, 늘어난 AI 수요가 다시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 겸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에서 열린 대한민국 AI정책 포럼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 AI 정책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5.9/뉴스1염재호 태재대 총장 겸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에서 열린 대한민국 AI정책 포럼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 AI 정책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5.9/뉴스1


김민기 KAIST 경영전문대학원장은 "한국 AI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 전략자산인 AI 컴퓨팅 인프라의 확충과 함께 AI의 핵심 투입 요소인 전력, 데이터, 인재에 대한 공급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부의 재정 투입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