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2020년 이후 출생자, 평생 동안 '역대급 폭염' 겪는다는 연구 결과 나와
이상 기후 현상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2020년 이후 출생자가 평생에 걸쳐 경험하게 될 기후 재난의 빈도가 이전 세대보다 5배 가까이 많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만약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할 경우 2020년 이후로 태어난 절반 이상이 '전례 없는' 수준의 폭염에 시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번 연구 결과로 기후변화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세대 간 구조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된 것이다.
국제사회가 추진 중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더욱 높아졌다.
루크 그랜트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기후 모델과 인구 통계 자료, 기후 영향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령 별로 '전례 없는 기후 재난'에 노출될 가능성을 추정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 '전례 없는 기후 재난'이란 산업화 이전에 살았을 경우 1만 명 중 1명만 겪을 가능성이 있는 극단적인 기후 환경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할 경우 2020년생의 약 52%가 이전에 관측되지 않은 극단적인 폭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같은 조건으로 1960년생이 생전에 이런 폭염을 겪을 확률은 16%에 그쳤다. 동일 년생 가운데 극단적인 폭염에 전 세계적으로 평생 노출되는 사람은 약 1300만 명이지만, 2020년생은 6200만 명 이상일 것이란 분석이다.
기후 재난을 겪는 2020년 출생자가 1960년생와 비교했을 때 5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며,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2.7도 상승할 경우 2020년생 아동의 약 83%가 생애 전반에 걸쳐 극단적인 폭염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온도 상승이 3.5도에 이르면 극단적인 폭염을 겪는 아동 비율은 92%로 치솟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1100만 명의 아동이 평생 지속적인 기후 재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할 경우, 3800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폭염 노출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함께 제시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연구팀은 폭염을 포함해 가뭄, 작물 수확 실패, 산불, 열대성 사이클론, 하천 범람 등 여섯 가지 주요 기후 재난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일수록 통계적으로 모든 재난에 노출될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미래 세대의 생존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키고 있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국제 아동 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연구에 대해 "기후 위기로 인해 아이들은 식량과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학교는 자주 문을 닫게 되고, 주거지는 반복적으로 파괴된다"며 기후 재난의 피해 가 다양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이어 브라질에서 최악의 홍수로 집을 잃어 두 달 간 학교에 가지 못했던 16세 소녀와 남태평양 바누아투에서 매년 반복되는 사이클론으로 집을 고치지 못한 청소년의 피해를 얘기하며 "단순한 예측이 아닌 현실"이라 경고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국가 내 인구 이동이나 출생률·사망률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후 대응의 우선순위가 미래 세대 보호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