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가 인수한 영국 소도시 축구팀, 기적의 3연속 승격
인구 6만명을 웃도는 작은 영국 소도시 렉섬이 축구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1864년 창단한 렉섬은 웨일스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클럽이라는 명예를 넘어 43년 만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복귀라는 기적을 썼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지난 27일 렉섬은 영국 웨일스 렉섬의 레이스코스 그라운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리그원(3부) 45라운드 찰턴 애슬레틱과 홈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승점 89점을 쌓은 렉섬은 3위 스톡포트 카운티와 승점차를 5점으로 벌리면서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챔피언십 승격이 보장되는 2위를 확정했다.
사실 렉섬은 10년 넘게 잉글랜드 내셔널리그(5부)에 머물던 평범한 팀이었다. 그러나 2023년 4월 내셔널리그 우승으로 리그투(4부) 승격에 성공하더니 지난해 리그투 2위로 리그원 승격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올해 다시 한 번 챔피언십 승격에 성공하면서 2년 만에 5부에서 2부까지 3연속 승격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뤄냈다.
GettyimagesKorea
할리우드 스타들의 과감한 투자가 만든 기적
렉섬의 성공 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은 할리우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48)와 롭 매커헤니(47)다.
영화 '데드풀'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레이놀즈는 축구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에 큰 감명을 받아 2021년 매커헤니와 함께 200만 파운드(약 38억원)에 렉섬을 인수했다.
두 배우는 자신들의 장기를 살려 렉섬을 이끌었다.
'웰컴 투 렉섬'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2022년 8월 전세계에 처음 공개하며 렉섬이 지역에서 사랑받는 팀으로 되살아나는 과정을 소개했다.
디즈니플러스 '웰컴 투 렉섬'
매년 새 시즌이 제작되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렉섬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수입이 크게 늘어났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승격에 도전할 만한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자폐 아들 위해 5부리그 선택한 골잡이의 활약
렉섬의 승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리버풀 유스팀 출신 공격수 폴 멀린이다.
멀린은 리그투 득점왕(32골)과 올해의 선수를 수상한 유망주였지만, 자폐 스펙트럼 아들을 돌보기 위해 기꺼이 집에서 가까운 5부 렉섬 이적을 선택했다.
그의 발끝에서 5부(38골)와 4부(24골)에서 매서운 골 폭죽이 쏟아지면서 렉섬도 매년 승격했다. 유명세를 얻은 멀린은 레이놀즈와 함께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롭 매커헤니와 라이언 레이놀즈 / GettyimagesKorea
여기에 스티븐 플레처와 아서 오콘코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선수들이 합류해 렉섬은 2부 승격의 동력을 유지했다.
렉섬의 승승장구는 구단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렉섬의 가치는 1억 파운드(약 1931억원)에 달한다. 이는 레이놀즈와 매커헤니가 렉섬을 인수한 금액의 50배에 해당한다.
렉섬이 2부 승격으로 중계권 수입이 150억원으로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그 가치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자신들의 과감한 도전에 자신감을 얻은 두 공동 구단주는 콜롬비아의 프로축구팀 라 에키다드까지 인수했으며, 이 팀에서도 렉섬과 같은 기적이 일어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