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27일(일)

'화마' 속에서 살아 돌아온 고양이... 임신한 몸으로 구조 기다려

경북 산불 속 임신한 고양이의 생존 이야기


경북 청송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현장에서 임신한 몸으로 전신 화상을 입고 구조된 고양이 '달기'의 사연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인사이트산불이 휩쓴 경북 청송에서 얼굴과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바들바들 떨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고양이 '달기'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지난 4일, 달기는 경북 청송의 대표 관광지인 달기 약수터 인근에서 구조됐다. 이 지역은 산불로 인해 상가 건물까지 전소되어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화재 직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긴급 구호를 위해 경북 현장에 출동했다. 피해 지역 곳곳을 돌며 구조가 필요한 동물들을 수색하던 중, 달기 약수터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한 부부로부터 길고양이들을 구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부부는 "피신했던 고양이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부상당한 개체가 많다"며 걱정했다.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은 다친 고양이들을 발견했으며, 특히 산불 피해를 본 동물들 가운데 고양이들의 상태가 심각했다. 


인사이트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고양이들은 위협을 느낄 시 더 깊은 곳으로 숨는 습성 때문에 산불과 같은 재난 발생 시 더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최인수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고양이들은 외부 위협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더 깊숙한 곳에 숨는 습성이 있어 구조가 더 어렵고 피해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렇게 수색을 이어가던 중 마지막으로 발견된 고양이가 바로 '달기'였다. 달기는 얼굴과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바들바들 떨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경계심 때문에 포획틀로도 잡히지 않고 사라졌다. 그러나 이틀 뒤, 탈진한 상태로 가게 근처에 다시 나타났다.


활동가들은 부부의 연락을 받고 곧바로 달려갔고, 결국 저항 없이 구조할 수 있었다. 


인사이트구조 후 24시 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로 옮겨진 달기(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달기는 서울 성동구 24시 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로 옮겨졌으며, 일주일 넘게 떠돌다 구조됐다. 


김효진 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달기는 머리와 얼굴 부위, 발바닥의 손상이 심하고 호흡기 이상 증상도 보였다"며 "초음파 검사 결과, 총 4마리의 새끼를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달기는 엑소좀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다. 수의사는 벳이즈라는 의료기기를 사용해 화상 부위 염증 완화와 조직 재생을 돕고 있다. 


최 활동가는 "한창 번식 철이라 구조한 고양이 중 임신한 개체가 꽤 있다"며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살기 위해 몸부림쳤을 달기가 무사히 회복해 새끼들도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