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에 올라온 위메프 직원의 글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 위메프와 티몬에서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위메프 직원의 심경 글이 전해졌다.
지난 24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이커머스 플랫폼사 큐텐의 유동성 부족으로 계열사 위메프와 티몬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졌다.
피해는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번졌다. PG(결제대행업체)가 발을 빼면서 소비자들은 결제뿐 아니라 환불도 제때 받지 못하게 됐다. 주요 은행들은 판매자들에 대한 선정산대출도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위메프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 A씨의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A씨는 "나 정말 성인 된 이후로 울어본 기억이 없는데, 오늘 술 먹고 집에 오는 길에 10여년 만에 펑펑 운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단지 회사가 망하고 내 앞길이 막막해서가 아니라, 오후 팀미팅 자리에서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를 전해 들었을 때 어린 팀원들의 멍한 표정이 생각난다"고 했다.
이어 "정산금 몇십억이 물려있어 거듭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데, 오히려 'MD님이 잘못한 게 아니다'라며 위로하는 업체 대표팀의 떨리는 목소리가 생각나 진짜 한 시간은 펑펑 울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그러면서 "큐텐에 인수되고 거래액 키운다고 업체들 독려했던 모든 프로모션이 다 죄스럽다"고 밝혔다.
직원들도 불안에 떨고 있는데...
위메프 내부 직원들은 A씨와 마찬가지로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거나 회사가 도산할 것이란 우려에 휩싸여 있다.
블라인드에서 티몬 직원으로 추정되는 B씨는 "우리는 지금도 아무런 공지 못 받고 기다리며 협력사 대응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직원 C씨는 "정산 밀리는 것도 기사로 접했다. 내부 직원한테도 공지가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 D씨는 "직원들 다 길거리 나앉게 생겨서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정말 몰랐냐는 식으로 죄책감 씌우지 마라"고 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 만큼 커지고 있지만 위기를 타개할 큐텐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상당수 직원들이 퇴직하며 생긴 업무 공백에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25일 새벽부터 결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 사실상 플랫폼의 기능을 상실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상품이 취소될 수 있거나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사과문 또는 공지 사항은 보이지 않는다.
큐텐의 정산 지연으로 인한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중소 판매자들의 줄도산과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심상치 않은 이번 사태로 대통령실과 정부, 금융당국까지 사태 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2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현재 공정위와 금융 당국에서 신속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