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20℃ 서울
  • 18 18℃ 인천
  • 21 21℃ 춘천
  • 22 22℃ 강릉
  • 20 20℃ 수원
  • 20 20℃ 청주
  • 21 21℃ 대전
  • 19 19℃ 전주
  • 21 21℃ 광주
  • 22 22℃ 대구
  • 19 19℃ 부산
  • 20 20℃ 제주

잠결에 자위하며 다른 남자 이름 부르는 아내 불륜 의심했는데...알고 보니 '이 병'이었다

잠결에 자위를 하며 다른 남성의 이름을 불러 남편이 외도를 의심한 수면장애 여성의 사례가 전해졌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잠결에 자위를 하며 직장 동료의 이름을 부르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한 남편.


최근 그는 아내가 불륜이 아닌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CNN은 희귀 수면장애 '섹솜니아(Sexsomnia)'를 앓고 있는 이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매체에 따르면 38세 남성 A씨는 한밤중 아내에게 수차례 성관계를 요구하지만, 잠이 깨면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했다.


20대 중반 B씨는 자신의 옷을 찢는가 하면, 잠결에 자위도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31세 남성 C씨는 12년간 자면서 자위를 했고 때때로 사타구니를 다치기도 했다.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에 그는 지난 8년 동안 연애를 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모두 '섹솜니아'라는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


'섹솜니아'는 잠든 상태에서 성관계를 시도하거나 혹은 성관계를 가진 뒤 깨어나면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몽유병과 같은 수면장애의 일종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수십 년간 섹솜니아를 연구해 온 미네소타 대학교 헤네핀 카운티 메디컬 센터의 교수이자 수석 정신과 의사인 카를로스 솅크(Carlos Schenck) 박사는 "섹솜니아는 델타 수면이라고 불리는 가장 느리고 깊은 수면 단계에서 가장 자주 발생한다"라면서 "인지 기능은 깊이 잠들어 있지만, 신체는 활성화된 상태였을 때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태는 매우 위험하다. 정신이 깨어있지 않은 상태인데 걷고 뛰는 등의 행위를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섹솜니아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이 자해를 하지 않는 한 함께 자는 누군가가 알려주기 전까지 자신의 무의식적인 성행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섹솜니아를 앓는 사람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자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해 파트너와 가족의 설명을 통해서만 알 수 있어 당황스러움과 수치스러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솅크 박사는 한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녀의 남편은 2005년 처음 아내의 증상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내는 한 달에 두 번씩 잠이 든 상태에서 신음을 내는가 하면, 깨어있을 때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음담패설을 하기도 했으며, 때때로 남편의 몸을 더듬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후 이어졌다. 잠을 자며 직장 남성 동료의 이름을 포함해 다른 남성의 이름을 부르며 자위를 하는 행동을 해 남편은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이에 대해 설명했으나, 아내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증상이 시작된 지 10년이나 지난 2015년, 9살 아들이 자신의 신음 소리를 듣게 되고서야 아내는 병원을 찾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솅크 박사는 "정말 끔찍했다. 환자들은 함께 자는 파트너가 '네가 이런 짓을 했어. 왜 그랬어?'라고 하면 당황한다.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말 부끄러워 하고, 수치스러워하며 비참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남성은 섹솜니아 때문에 오해를 받아 체포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솅크 박사는 "현재로서는 섹솜니아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섹솜니아를 앓고 있는 가족이 1명이라도 있다면 섹솜니아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매일 밤 시간당 10초~2분 동안 호흡이 여러 번 멈추는 심각한 수면 장애로 이 질환을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지만, 최근 여성에게서도 발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렇다면 어떻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까.


솅크 박사는 "간질, 하지 불안 증후군, 공황장애에 사용되는 클로나제팜 등의 약물이 섹솜니아를 조절할 수 있지만, 완전히 조절할 수는 없다"며 "한 여성은 약물로 해결되지 못했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을 그만두고 6~7시간 동안 깊은 잠을 자면서 증상이 완화됐다"라고 전했다.


그는 약물 사용을 원치 않는 경우에는 상태를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노스웨스턴대 행동 수면 의학 교육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니퍼 문트(Jennifer Mundt) 교수는 "약물 치료와 행동 치료를 병행할 경우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며 "환자가 섹솜니아를 잘 이해해 불안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이나 알코올을 줄이고 일관된 수면 패턴을 유지하고 침실을 시원하게 유지해야 하며 주변 환경의 소음을 제거하는 등 수면 환경에 중점을 둬야 한다. 추가 전략이 필요하면 최면 치료를 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