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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가 차 유리 깼다" 전화해 준 '캣맘'...블박 확인해 보니 파손한 진짜 범인

길고양이가 차 앞 유리를 깼다며 전화를 해준 캣맘이 알고 보니 차량을 파손한 진짜 범인으로 확인됐다.

강유정 기자
입력 2023.12.04 10:02

인사이트보배드림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고양이들끼리 싸우다 차가 파손됐네요"


한 여성의 말에 블랙박스를 확인한 차주는 충격적인 진실을 발견했다.


지난달 27일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고양이가 떨어뜨린 돌로 인해 파손된 줄로만 알았던 차량 앞 유리가 캣맘 때문에 파손됐다는 황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좌) 사고 현장, (우) 캣맘이 고양이가 떨어뜨렸다고 주장한 돌 / 보배드림


작성자 A씨는 지난 13일 저녁 서울시 중구에서 건물 옥외 주차장 계단형 옹벽 바로 옆에 차를 주차했다.


그런데 식사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한 여성은 자신을 '길고양이 밥 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위쪽에서 보니 차 유리가 깨져있어 알려준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여성은 "바닥에 돌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고양이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돌을 떨어뜨린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 번호가 잘 안 보여 어렵게 전화했다"라고 덧붙였다.


인사이트보배드림


A씨는 차 유리가 파손됐다는 말에 당황하긴 했지만, 전화번호를 어렵게 찾아 전화해 알려준 여성에게 고마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양이가 돌을 떨어뜨려 파손됐다는 말이 신빙성이 있었던 이유는 주차한 장소가 평소 고양이들이 많이 오르내리는 담벼락 바로 옆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직접 확인해 보니, 고양이들이 돌을 떨어뜨려 부서진 것치고는 차량이 너무 크게 파손돼 있어 A씨는 크게 당황했다.


얼마 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


인사이트보배드림


영상에 찍힌 장면을 본 A씨와 경찰은 충격에 휩싸였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여성이 바로 옆 옹벽에서 균형을 잃고 차 위로 떨어지는 장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차 앞 유리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추락한 여성은 급히 차에서 내려와 파손 부위를 살펴보는 듯하더니 황급히 차 뒤로 숨었다가 겉옷을 벗고 CCTV 카메라들을 훑어본 후 자리를 떴다.


A씨는 자차 보험으로 차량 앞 유리 교체와 찌그러진 보닛을 수리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 부담금과 차량 렌트비 등으로 본의 아니게 수십만 원을 써야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


며칠 뒤, 경찰은 블랙박스 속 차량에 추락한 여성을 찾아내 조사했다.


뜻밖에도 여성은 A씨에게 고양이 밥 주는 사람이라며 연락해온 여성과 동일 인물이었다.


A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태연하고 당당하게 말씀을 하셔서 진짜 100% 믿었다. 정말 고양이를 위한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고양이 탓으로 돌려서 면피하시려고 했다는 게 일반인들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여성이 고의가 아니라 실수로 차량을 파손한 경우이기 때문에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여성은 A씨에게 "사실대로 말하려 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인간의 나약함을 보셨다 생각하고 너그러운 아량으로 용서해 달라"라며 A씨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A씨는 "사과도 때와 시기가 있는 법이다. 걸리기 전엔 안 미안하고, 걸린 후에 미안한 이 상황은 뭘까 생각이 들었다"라며 합의할 생각이 없고 80만 원 정도의 손해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