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 죄송해요"...은메달 딴 장애인 육상선수 전민재가 쓴 눈물의 편지

대한장애인체육회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육상선수 전민재(46·스포츠등급 T36)가 경기 이후 믹스트존에서 준비한 편지를 건네며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전민재는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T36 100m 결선에서 15초 26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를 차지한 중국의 스이팅(14초56)보다 0.7초 늦은 2위로 들어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7명의 선수 중 가장 늦게 출발한 전민재는 아쉬웠던 시작과 다르게 자기보다 앞서 있던 선수들을 차례로 제치더니 막판 스퍼트로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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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ｍ 결선에 이어 이번에도 스이팅을 넘지 못했지만, 46세 선수가 평균나이 26세의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평소에도 전민재는 레이스를 마치고 힘든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아 '스마일 레이서'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전민재는 미소 대신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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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후 전민재는 취재진 앞에 주저앉은 뒤 흐느끼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준비한 편지를 음성 변환해 취재진에 건넸다.

전민재는 어릴 때 뇌염을 앓아 손으로 글씨를 쓰기 힘들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스마트폰 액정을 눌러가며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그의 편지는 '안녕하세요, 육상 선수 전민재입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격도 월등히 떨어지고, 꾸준히 나이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반면 기록은 제자리걸음에 계속 순위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에서 좌절도 하고 실망도 했습니다'라며 지난날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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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나름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열심히 숨 가쁘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연습에 매진했다며 "그 결과 이렇게 메달을 목에 걸게 돼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엄마도 연세가 있으셔서 힘드실 텐데 저 때문에 고생하셔서 항상 감사하고 죄송하다"면서 "언제나 제 옆에서 버팀목이 돼 주시고 응원해주신 엄마께 영광을 돌린다. 아빠와 언니, 조카에 이어 감독과 코치, 교회 사람들에게도 감사합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은퇴를 고심했는데 주변에서 권유하고 설득해주셔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힘을 내서 파리 패럴림픽까지 달려보려고 한다"며 "말도 할 수 없고 손도 불편한 제가 힘들고 외롭고 답답할 때 육상이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유일한 탈출구이자 친구인 육상과 파리에서 아쉬운 작별을 할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8 패럴림픽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 나선 전민재는 2012 런던 패럴림픽 은메달 2개, 2016 리우 패럴림픽 은메달 1개를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