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초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커뮤니티 간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전망이다.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협상' 타결과는 별개로 캘리포니아 주 교육국이 공립학교 10학년(한국의 고교 1학년생)에 적용되는 역사·사회 교육과정 지침 개정안에 군 위안부 문제를 새롭게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개정 2차 초안에는 "일본군은 제2차 세계 대전 이전과 전쟁 중에 이른바 성노예인 위안부들을 점령지에 강제로 끌고 갔다", "위안부들은 제도화된 성노예로서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의 사례로 가르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역사·사회 교육과정 지침은 캘리포니아 주 공립학교 수업과 교과서 집필 기준이 되는 것으로 지난 17일 개정 2차 초안이 게재됐다.
캘리포니아 교육부는 내년 2월까지 주 교육부 홈페이지에서 역사·사회 교과과정 지침에 대한 의견수렴과 최종 검토과정을 거쳐 내년 5월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을 주도해온 가주한미포럼은 오는 2월까지 캘리포니아 공립학교의 위안부 교육을 지지하는 이메일 보내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김현정 가주한미포럼 사무국장은 3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캘리포니아 공립학교의 위안부 교육에 대한 일본 측 방해공작이 거셀 것"이라며 "이에 맞서 이메일 보내기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 주 내 한글학교·주일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주 교육국에 위안부 교육을 지지하는 이메일 보내기 운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또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지난 9월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시 행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당시 지원해준 중국과 유태계 커뮤니티와도 손을 잡기로 했다.
아울러 캘리포니아 하원의회 산하 교육위원회 소속인 영 김 의원과 협의해 캘리포니아 의회와 교육국에 한인사회 목소리를 전달하기로 했다.
김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는 올해 초 5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전쟁범죄를 덮으려고 전방위적인 역사 왜곡에 나서고 있다"면서 "의사수렴 과정에서 미국 내 일본계 커뮤니티와 전문가를 동원해 방해공작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일본 측은 지난 10월 샌프란시스코 통합 교육청의 공립학교 위안부 교육을 저지하기 위한 전방위 로비전에 나섰다.
게다가 일본 측은 캘리포니아 주 풀러턴과 부에나파크 등에서 추진된 평화의 소녀상과 기림비 건립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풀러턴 시의회가 지난해 8월 연방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과 평화의 소녀상 건립 지지안을 잇따라 의결하자, 해리 노치 일본 LA총영사가 플러턴 시장을 직접 찾아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김 사무국장은 "노치 일본 LA총영사는 이후에도 풀러턴 시장과 시 매니저를 만났으며, 일본 우익 시민단체들도 소녀상 건립 반대를 위해 시 정부와 의회, 박물관 이사회를 상대로 로비를 해왔다"고 했다.
일본 정부와 커뮤니티가 `제국의 위안부'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교수를 워싱턴DC 윌슨센터에 초청해 콘퍼런스를 개최하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교육국이 지난 5년간 역사·사회 교과서 개정 작업을 해온 만큼 역사·사회 교육과정 지침 시안은 일부 수정·보완 작업이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변화없이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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