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반평생을 머나먼 타국에서 살며 한센인들을 돌보던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눈을 감았다.
지난달 30일 천주교광주대교구 김연준 신부는 마가렛 간호사가 전날(29일) 오후 3시 15분(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폴란드 태생의 오스트리아 국적자인 마가렛 간호사는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다미안재단을 통해 한국에 파견됐다.
1962년에 처음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온 마가렛 간호사는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이곳에 남아 한센인들을 돌봤다.
한센인은 '나병', '문둥병'이라고도 불리는 '한센병' 환자를 부르는 말이다.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2급 법정 감염병으로 6세기에 처음 발견된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중 하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4개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연간 1만 명당 1건 미만 발생하는 희귀한 질환이다.
한국한센총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한국에는 약 8,109명의 한센인이 살고 있다.
적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경계 합병증을 야기해 사지의 무감각 등 후유 장애를 남길 수 있어 치료가 꼭 필요한 병이기도 하다.
이에 마가렛 간호사는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40년 동안 한센인들을 돌봤다. 이때 마가렛 간호사는 백수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받았다.
그러던 중 건강이 악화하자 2005년 11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1962년부터 2005년까지 소록도에서 함께 봉사한 마리안느 스퇴거(89) 간호사도 이때 조국으로 돌아갔다.
마가렛 간호사는 귀국 후 요양원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5년 전부터는 건강이 악화돼 단기 치매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가렛 간호사는 소록도에서의 삶과 사람들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최근 넘어져 대퇴부 골절상을 입었고, 관련 수술을 받던 중 급성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김연준 신부는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이사진이 명절 인사를 위해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가 마가렛의 부음을 접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시신을 대학에 해부용으로 기증하겠다고 밝히며 숭고한 삶을 마무리 했다.
한편 대한민국 정부는 오랜 세월 보수 한 푼도 없이 한센인들의 간호와 복지 향상에 헌신한 공을 기려 마리안느·마가렛 간호사에게 1972년 국민훈장, 1983년 대통령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여했다.
소록도 주민들도 이들의 선행을 기렸고, 국립소록도병원은 이들이 살던 집을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집'으로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