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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증 인증한 사람만 공연 보세요"...폐쇄화된 대학 축제에 '너무하다 VS 등록금 낸 사람만 보는 게 당연'

대학교 축제가 이전과 달리 폐쇄적 성향을 띠는 것에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예전엔 한 대학교의 축제가 시작되면 그 일대 주민들은 물론이고 젊은이들 전체의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축제나 공연이 많지 않던 시절이기도 했거니와, 지성인의 장인 대학교 축제에 가서 젊음의 기운을 느끼려는 이들이 몰려 캠퍼스가 사람들의 발길로 붐비고는 했던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최근의 대학가 풍경은 이전과 사뭇 달라진 풍토를 보인다.


9월 들어 축제에 돌입한 대학가에서는 다소 폐쇄적인 일정을 공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합리와 공정을 외치는 현 세대들의 방식이기도 한 동시에, 대학이란 이름으로 집단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행보다.


인사이트성균관대학교 / 사진=인사이트 


14일 가을 대동제를 시작한 경희대학교는 미성년자 출입 금지 원칙을 내세웠다. 실제 서울 캠퍼스에 인접해 있는 경희중 고교 학생들의 '경희인 존' 입장을 불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축제를 시작한 성균관대는 티켓 사전 예약제도를 도입해 재학생이 우선적으로 공연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남는 티켓을 외부 관람객에게는 1만 5천원의 금액을 받고 판매했다.


중앙대의 경우 재학생에게 스탠딩석 입장 팔찌를 배부해 외부인 입장을 1차로 금지했다.


인사이트2023 고연전(연고전) 응원 경쟁 / 뉴스1


8~9일 열렸던 연고전 축제는 '지방캠퍼스 재학생들이 왜 서울에 올라와 연고전을 즐기냐'는 에브리타임 글이 올라오면서 '분교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더 나아가 고려대 세종캠퍼스에는 "서울캠 총학생회가 세종캠 재학생을 '입장객'으로 표현했고, 좌석 배정에서도 세종캠 대표자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서울캠퍼스 측 조치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이 같은 폐쇄적 축제 현장에 재학생들의 의견도 나뉜다. 


"등록금 낸 사람이 우선인 게 당연하다", "뭐가 문제냐", "중고생 와서 술 마시는 경우 많아서 진작 조치가 취해졌어야 했다", "안전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대학가 낭만이 사라지고 차별만 남았다", "합리주의로 포장한 이기주의 같다", "대학이 더 이상 지성인 집단이 아닌 성적 줄 세우기 집단임을 증명하는 꼴",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 거면 축제 때 도로 점거하고 소음 내는 것도 남한테 피해니까 축제 안 해야지" 등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인사이트2023 고연전(연고전) 응원 경쟁 / 뉴스1


'합리적'이란 말로 내세운 논리는 얼핏 객관적이고 공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합리와 공정의 잣대를 들이밀 거라면 자신도 그 칼날의 정면에 설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밤샘 축제 속에서 대학생들이 도로를 점거해도 웃어 넘기고, 소음이 지속되도 신고하지 않았던 수많은 시민들은 '합리적인 방식'을 몰라 그 긴 밤을 견디고 이해해 준 것은 아니었다. 


얼핏 맞는 말 같은 논리 뒤에 숨어 이기주의를 건강한 개인주의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학가의 '자칭 지성인'들은 한번쯤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