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 난동범 최원종 / 뉴스1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한 언론매체에 A4 용지 5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보내 사과했다.
9일 조선일보는 현재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최씨가 지난 1일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드리는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를 작성해 자사 편집국 앞으로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편지의 진위에 대해 "최원종이 보낸 편지로 추정된다"라는 법무부 관계자의 전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MBC 'PD수첩'
최씨는 편지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소심한 성격으로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라면서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사고가 흐려지며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고등학교 진학 후 한 달이 되기 전에 자퇴를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자퇴 이후 부모님과 싸우며 사이가 좋지 않아지며 대화가 단절됐다"라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로 세상과 소통하며 고립감을 해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저는 마치 나무의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가 포도는 맛이 없을 것이라고 자기합리화하는 것처럼,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사회 자체에 대해 증오심과 반발심을 갖게 됐다. 사회를 저주하는 글이나 사람을 해치고 싶다는 글을 작성해 분풀이를 했다"라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면서 그는 "오랜 생각 끝에 해결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싶다고 생각해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최씨는 부모를 떠나 독립을 한 후부터 피해망상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살고 활동하는 지역, 가게, 인터넷 커뮤니티, 게임, 모든 곳에서 저를 향한 조직 스토킹이 시작돼 심각한 괴롭힘이 시작됐다"라면서 "남자, 여자, 노인, 어린아이 모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가담해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감이 생겼다"라고 전했다.
이어 "언제든지 살해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많은 스토커를 목격한 서현AK플라자 사람들을 죽이기로 생각했다"라면서 자신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뉴스1
최씨는 편지를 통해 범행을 후회한다고도 했다.
그는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라면서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 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최씨는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들을 욕하고 비난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자퇴 이후 여러 번 실망을 시켰는데 마지막까지 이런 결과를 보여줘 부모님께도 죄송하다"라면서 "부모님 말대로 대인기피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했어야 했다고 후회된다.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저의 모습을 상상하니 씁쓸하다"라고 했다.
사진=인사이트
전문가들은 최원종이 작성한 사과문·반성문으로는 감형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조선일보에 "편지 내용은 거짓말이 뒤섞여 법원이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줄 가능성도 없고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 또한 "어떤 내용을 적는 게 본인에게 유리한지 분명하게 알고 자기 방어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최원종의 범행 당시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최원종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 56분께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AK 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인도에 돌진한 뒤 차에서 흉기를 들고 내려 시민들을 향해 마구 휘둘렀다.
최씨의 흉기 난동으로 시민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당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최원종을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