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9'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운영하는 24시간 전화 상담 시스템으로 심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1393의 상담원의 태도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KBS '뉴스9'은 1393에 상담 전화를 걸었다가 눈물을 쏟았다는 한 20대 청년의 사연을 단독 보도했다.
KBS '뉴스9'
보도에 따르면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온 20대 김 모 씨는 최근 극심한 우울감을 느껴 도움을 요청하고자 1393에 전화를 걸었다.
꽤 오래 망설이다 용기를 내 전화했지만, 상담 전 덜컥 겁이 났다. 김씨에게는 수입이 없었기에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통화료가 부담됐기 때문이다.
KBS '뉴스9'
상담사가 전화를 받자 김 씨는 먼저 "통화료가 나오는 전화인가요?"라고 물었고, 머뭇거리며 자신의 경제 상황도 알렸다.
그러자 상담사는 "지금 상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여쭤봤다"라며 마치 다그치는 듯 답했다.
김씨가 재차 통화료에 대해 문의하자 상담사는 "통화료 부과되면 전화 끊으시게요?"라고 대답했다.
KBS '뉴스9'
예상치 못한 상담사의 반응에 당황한 김씨가 태도를 지적했더니 "발음이 너무 안 좋아서 제가 어떤 이야기인지 잘 몰랐어요"라며 도리어 김씨의 발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만큼 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의 반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날 김씨는 상담사와 총 6분 정도 통화를 했다. 전체 통화 내용에는 상담사가 불편할 만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오랜 기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김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통화 당시를 떠올리며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너무 엄청나게 심해져서 그냥 인터넷에 검색하다가 1393이 떴다. 그래서 한 번 걸어봤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하루 전에도 이미 1393에 다섯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상담사는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
다음날 겨우 어렵게 연결된 상담사마저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자 김 씨는 더욱 극심한 우울에 시달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가슴이 정말 찢어지는 줄 알았다. 이불 뒤집어쓰고 그냥 뭐 이틀 내내 그냥 울었다"라고 말했다.
1393의 홍보 문구에는 365일, 24시간 연결된다고 적혀있지만, 김씨는 이틀 만에 간신히 연결됐다.
40대 이씨도 이런 상황에서 20분간 대기를 하다 결국 사설 상담 업체에 19만 원 정도의 비용을 내고 상담했다고 밝혔다.
KBS '뉴스9'
1393의 상담사는 총 67명, 동시 근무 인원은 10~15명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응대율이 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아직은 70%대에 그친다. 10명 중 3명은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대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상담사 교육을 강화하고 2027년까지 1393 응대율을 9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씨와 이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저렇게 응대하면 오히려 등 떠미는 것 아니냐", "이럴 거면 그냥 하지 말아라", "전문 자격을 갖춘 상담사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