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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지미영 기자 = 과거 초등학생들의 싸움을 말렸다가 아동학대 가해자가 돼버린 선생님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아동복지법의 모호한 정서적 학대 처벌 조항 때문에 아동학대 신고와 수사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 교사는 10년 전 서로 다투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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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흥분한 아이들을 떼어 놓고자 애를 썼다.
이는 학교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건과 크게 다를 바 없었으나, 교사는 지난 5월 학부모에게 정서적 학대 혐의로 신고당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
속앓이를 하던 교사는 지난달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정서적 아동학대(아동복지법 17조 5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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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지난 18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과(초등교사노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며 "아동학대와 관련된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나의 억울함이 개인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서이초, 호원초 선생님들의 명복을 빌며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리는 교사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내 청구인으로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초등교사노조 관계자도 "상대방이 10년이 지나 신고를 한 이유까지 밝힌 게 아니라 교사가 황당해한다"고 전했다.
또한 초등교사노조관계자는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교사의 평등권, 직업의 자유,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초등교사노조
초등교사노조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17조 5호 때문에 법원이 유기나 방임에 이르지 않는 수준의 교육 활동 사례를 정서적 학대로 인정해 형사 처벌을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정서적 학대 행위는 너무나 모호하고 포괄적이라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서 (학생이나 부모가) 아동학대범으로 무고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전국초등교사노조
그러면서 그는 "교사들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증언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신고 후 직위해제가 되고 있어서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초등교사노조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박상수 변호사는 "2012년 아동복지법에 정서적 학대 처벌 조항이 생긴 뒤 지금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생기는 일들이 가장 먼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생기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학교는 전쟁터이고 복마전이 됐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법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