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22일 부산 서면 오피스텔 공동 현관에서 발생한 이른바 ‘돌려차기 살인미수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 / 피해자 측 제공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 이유서가 공개됐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부산고법에서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가해자 A(32)씨는 대법원에 상고 이유서를 제출했다.
피해자의 변호사가 공개한 상고 이유서에서 A씨는 "묻지마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강간을 목적으로 여성을 물색한 게 아니다. 성범죄를 하지 않았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상고심은 하지 않으려 했다. 자신도 없었다"라면서 "부모님께서 끝까지 해보는 게 맞다고 했고 미심쩍은 부분도 있다고 해 상고이유서를 적었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 피해자 측 제공
A씨는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살인과 강간의 고의 등 혐의는 부인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성폭행을 목적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CCTV에 나오는 장면처럼 폭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폭행이 목적이었다면 나는 무조건 성폭행을 했어야 했다"라고 했다.
또한 A씨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택시를 잡으러 가는 길에 피해자와 눈이 마주쳤고, 저를 쳐다보며 뭐라 하면서 욕을 하는 듯한 환청을 들었다"라고 했다.
MBC '실화탐사대'
특히 A씨는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이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한 것에 대해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했다. 1심에서 12년 형을 선고받은 것도 부당하고 무겁다고 생각했다"라면서 "강간 등 살인미수의 법률상 범위가 10~50년이지만 살인미수죄로 너무 많은 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라고 호소했다.
A씨는 또 "2심 재판부가 언론·여론 등에 잘못된 내용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의식을 많이 해서 제대로 된 재판을 못 받았다"라면서 "나이 32살에 20년 징역은 너무 많다. 무기징역과 다름없는 이 형량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무겁고 무섭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출소 후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하겠다'고 말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보복할 마음과 이유, 여유가 없다"라면서 "동료 수감자라고 하는 유튜버는 원래 없는 말을 지어내 하는 방송 콘텐츠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하루하루 사죄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라고 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심경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반면에 피해자 측은 이 같은 A씨의 상고 이유서에 대해 "사실상 항소심의 재판 결과를 전면으로 부인하는 취지의 상고 이유서"라면서 "피고인이 사실상 본인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조금 강한 분노를 넘어 공포심마저도 느낀다. 피해자는 여전히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피해자 측은 SNS를 통해 "피해자라는 게 왜 이렇게도 힘든지 어디까지 가야 끝인가"라며 "일하다가 보게 된 이유서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처량하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5월 새벽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10여 분간 몰래 쫓아간 뒤 돌려차기를 하는 등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