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전주 영화의거리 빵집 '동그라미제과' 60년 만에 문 닫는다

 

전주국제영화제가 펼쳐지는 '전주 영화의 거리'를 60년 넘게 지켜온 동그라미제과가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동그라미제과는 전주 사람이나 전주 영화의 거리를 찾은 방문객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 갔을 지역 명물로 손꼽힌다.

 

60여년간 한결같이 이곳을 지킨 제과점은 대표 전서봉(68)씨가 은퇴할 나이가 되고, 대기업 프렌차이즈 빵집이 골목 상권을 잠식하자 경영난으로 폐점 절차를 밟았다.

 

전 대표는 2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고 자식들도 모두 키웠다. 영업도 예전 같지 않아 고심 끝에 문을 닫기로 했다"며 "한평생 운영한 가게를 닫는 것이 너무 아쉽고, 아직도 잊지 않고 가게를 찾아 주시는 단골손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동그라미제과는 1956년께 전신인 '호남제과' 때부터 지금의 자리를 지켜 왔다.

 

전씨는 1976년 호남제과를 인수해 상호를 동그라미제과로 바꾸고 지금껏 영업을 하고 있다.

 

긴 세월을 증명하듯 제과점 앞 영화관도 '삼남극장→피카디리극장→CGV'로 세 번이나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제과점이 있는 건물도 일제강점기 때 지은 것으로, 영화의 거리에서 가장 오래됐다.

 

전씨는 "19살에 제과에 입문해 태극당, 한양제과, 금강제과, 이화당 등 당시 전주 유명 제과점을 돌며 수련하고 나서 지금 자리에 가게를 차렸다"며 "연탄 가마로 빵을 굽고, 사과와 팥을 사다가 잼도 만들고 빵을 만들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때 동그라미제과는 다음날 팔 빵을 다 만들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는 "IMF가 오기 전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이 가장 장사가 잘됐는데, 다음날 빵을 못 댈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며 "자식들을 모두 키우고, 지금껏 먹고 살도록 한 고마운 가게다"며 평생을 함께한 제과점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전 대표는 제과 업계를 떠나면서도 남아 있는 후배들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는 "후배들은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예전에는 병문안이나 친지를 방문할 때 동네 제과점을 많이 이용했는데 지금은 곳곳에 프렌차이즈 빵집이 생겨 소상공인들이 먹고살기가 너무 어렵다"고 소규모 제과업자들의 막막한 현실을 소개했다.

 

동그라미제과는 27일 마지막 빵을 굽는다. 이후 일주일 동안은 남아 있는 빵과 잼 등을 판매하고 폐점할 예정이다.

 

전 대표는 마지막으로 "기업들도 소상공인들을 조금 배려해주고, 제과업계에 있는 후배들도 자기만의 레시피와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키워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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