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좋은 일 하고 싶다"던 29살 여성, 4명에게 '새 삶' 선물하고 하늘로 떠나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이원선 기자 = "삶의 끝에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상태가 된 29세 장태희 씨가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31일 한국조직기증원은 장씨가 지난 15일 경북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장씨는 지난 5월 20일 평소 자주 찾던 카페로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생전 장 씨가 TV에서 생명나눔 실천에 대한 뉴스를 보다가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건데 나도 좋은 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그 뜻을 이뤄주기 위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인사이트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장씨의 가족들 역시 간절히 이식을 기다리는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으며 딸의 몸 일부라도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게 조금의 위로가 될 것 같아 기증을 결정했다.


경북 칠곡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장 씨는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자상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림 그리기와 프랑스 자수를 좋아해 디자인을 전공한 뒤 가게를 차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장씨의 어머니 한정예씨는 "사랑하고 사랑하는 내 딸 태희야. 다음 생애에는 더 밝고 씩씩하게 긴 생을 가지고 태어났으면 좋겠다"며 "우리 태희, 아빠 엄마 오빠가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잊지 않고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살게.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자. 우리 딸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인성 기증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힘든 순간에 또 다른 아픈 이를 위해 기증을 선택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기증자가 존경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