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군 / 뉴스1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국가보훈부가 고(故)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전격 삭제했다.
지난 24일 국가보훈부는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 '안장자검색 및 온라인참배'란에 게재된 백선엽 장군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가 법적 근거 없이 기재된 것을 확인하고 법적 검토를 거쳐 해당 내용을 삭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서 백 장군의 안장 기록을 검색하면 비고란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대통령소속 친일규명위원회가 백 장군의 일제시대 간도특설대 이력 등을 근거로 친일행위자로 분류한 것이다.
백선엽 장군 / 뉴스1
간도특설대란 조선의용군 등 만주에서 활동하던 항일 조직을 토벌하기 위해 1938년 조직된 대대로, 조선인이 중심이었다.
이와 동시에 백 장군은 6.25 전쟁 당시 적화통일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게재 경위 등을 검토한 결과 백 장군은 '장성급 장교'로서 국립묘지법에 따라 적법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됐음에도,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안장 자격이 된 공적과 관계없는 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부동에 우뚝 선 백선엽 장군 동상 / 뉴스1
또 "안장자검색 및 온라인참배란은 사이버참배 서비스 등을 제공해 안장자 명예를 선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이와 반대로 오히려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안장자는 범죄경력 등 안장자격과 관련 없는 정보는 기재하지 않는다는 점, 유족의 명예훼손 여지가 있음에도 유족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내용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훈부는 부연했다.
앞서 백 장군 유족은 지난 2월 해당 문구 적시가 국립묘지법에 위배되고 사자 및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보훈부에 삭제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광복회 대전지부, 독립유공자유족회 대전지회,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이 대전현충원에 백선엽 안장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 뉴스1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 단체인 광복회는 이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광복회는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보훈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성급한 판단이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이어 "보훈부가 많은 우선순위 속의 일들은 제쳐두고 유사한 논란을 빚고 있는 다른 국가유공 호국 인사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 없이, 유독 백선엽 1인에 대해서만 집착하는 것도 의도적이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뉴스1
한편 현충원 안장자 중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표기된 인물은 백 장군을 포함해 신태영 전 국방부 장관, 신현준 전 해병대 사령관, 이응준 전 체신부 장관 등 12명이었다.
백 장군을 제외한 나머지 11명에 대해서는 가족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친일행위자 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라다.
보훈부 관계자는 "가족의 요청이 있을 경우 나머지 11분도 백 장군의 경우와 동일한 절차를 통해 친일행위자 문구 삭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